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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vs 여관 , 코미디 연극 대결

정신없이 웃고 싶다면 둘 다 딱이다.

연극과 코미디의 경계를 오가며 대학로에서 장기공연 중인 ‘미스터 로비’와 ‘휴먼 코메디’ 이야기다. ‘미스터 로비’는 오는 6월 8일까지 허밍스 아트홀에서, ‘휴먼 코메디’는 9월까지 SM틴틴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닮은 듯 다른 모텔과 여관

‘미스터 로비’는 모텔 코리아나의 로비가 배경이다. 프론트 지킴이 김봉수가 화자로 나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뚜렷한 갈등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라리 여고생과 교회 전도사도 무대에 오르니 꽤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

‘휴먼코메디’는 ‘가족’ ‘냉면’ ‘추적’ 이렇게 세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과 ‘냉면’은 15∼2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이고 마지막 ‘추적’이 본론이다. 허름한 여관에 숨어든 지명수배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온갖 인간 군상들이 한데 모여 부딪힌다.

사람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두 작품의 등장인물은 닮기도 많이 닮았다.

‘미스터 로비’의 모텔 사장과 ‘추적’의 여관 사장은 마누라의 눈치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다방 레지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모텔 사장은 외부인이 자기 화장실을 쓰는 것에 민감하고 여관 사장은 전화 수화기가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것에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딸의 남자친구를 탐탁치 않아하는 것과 게이 혹은 여성화된 남성이 등장하는 것도 교집합이다.

■두 작품 중 하나를 고른다면

‘미스터 로비’는 여섯명의 등장 인물 중 주인공 김봉수를 제외한 다섯명의 배우가 50개의 역을 맡아 연기한다. 중국집 배달원에서 게이 패션 디자이너로, 허영심에 가득한 중년 부인에서 가출 청소년으로. 어떤 캐릭터들이 동일 인물이었는지만 꼽다보면 100분이 훌쩍 간다.

‘휴먼 코메디’ 역시 여섯명의 배우가 열네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정신을 홀린다.
어리숙한 여기자에서 철없는 다방 레지로, 정서 불안 도망자에서 체면을 중시하는 국회의원까지 극과 극을 오간다. 배우들의 변신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마지막 5분은 ‘휴먼 코메디’의 노른자위로 이름을 알린 지 오래.

‘미스터 로비’는 2만원, ‘휴먼 코메디’는 1만 5000원이니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두 작품 모두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작품을 콕 찍어야 할 땐 어떻게 해야할까. 현란한 1인 다역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미스터 로비’를, 탄탄한 줄거리와 치밀한 구성이 우선이라면 ‘휴먼 코메디’를 택하면 된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