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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 “식자재값 뛰는데 음식값 올릴순 없고..”



서울 을지로 한 그룹 본사 지하에서 분식집을 경영하고 있는 K 사장. K 사장은 요즈음 거래처에 물건을 주문하기가 두렵다. 원재료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면서 ‘오늘은 또 얼마나 올랐을까’하는 우려에서다. K 사장은 “장사해서 원재료 구하는데 쓰고 나면 (이익이) 남는 게 없다”며 “최근에는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K 사장에 따르면 주요 원재료를 기준으로 가격이 50%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밀가루는 물론이고 참치, 고추장, 식용유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맘때 하루 7만원 수준이던 원가부담 규모가 최근에는 11만원을 넘어섰다. 일일 50만∼60만원 올리는 매출에서 원재료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15% 안팎에서 20%를 훌쩍 넘겨 25%에 육박하고 있다.

K 사장은 “주변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만큼 가격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생계형 자영업 식당들이 치솟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원재료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상승하며 수익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느라 음식값도 섣불리 올릴 수 없어 생계형 자영업 식당들은 살길이 막막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한때 유명세를 타면서 잘되는 음식점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음식점 주인은 “최근에는 오는 손님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손님이 많이 오면 종업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해 비용 절감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생계형 자영업 식당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수송동에서 4년째 남편과 함게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L 사장은 최근 종업원을 내보냈다. L 사장은 “라면과 김밥을 팔고 있는데 둘 다 재료값이 너무 올라 이래서 장사할 수 있겠나”며 걱정했다.

1년 전 2500원 하던 단무지 값(3㎏)이 3000원으로 올랐다. 보통 하루에 4통씩 소비되는데 1년 전보다 2000원이 더 나가는 셈이다. 하루에 2000원, 한달이면 6만원이다. 단무지뿐 아니다. 김도 100장에 4000원이나 한다. 1년 전만 해도 3200원에 불과했다. ㎏당 3만2000원이었던 김치도 3만6000원으로 올랐다. 30개에 2800원이던 계란 값도 4200원으로 올랐다. L씨는 “계란 도매상이 조만간 두번 더 오를 것이라고 하는데 큰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8년째 커피와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또다른 L씨. 우유 값이 30% 올랐고 밀가루 값도 25% 인상돼 고민이다.

L씨는 “3000원짜리 샌드위치 하나 팔아봐야 500원 남는다”며 “새벽시장을 돌면서 발품을 팔아 그나마 가게를 유지하는데 8년 동안 가게를 해 오면서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라고 털어놨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본사의 가맹점 공급가액 인상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편, 김밥천국은 이달 들어 50여가지 메뉴를 500원씩 올려 대표 메뉴인 1000원짜리 김밥이 1500원으로 올랐다. 김가네 김밥은 오는 10일부터 대표 메뉴를 제외한 전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인상키로 했다.

김가네 김밥 임영태 이사는 “소비자가 인상은 고객 이탈의 우려 때문에 웬만큼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인상하지 않지만 이번 폭등은 소비자가격 인상 이외에는 대처할 방안이 없어 부득이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