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을 잘 느끼고 기운이 없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식욕이 감퇴한다. 밤에 쥐가 잘 나고 발과 발목이 붓는다. 소변을 자주 본다.’
허리뼈 양쪽에 위치한 신장(콩팥)에 이상이 왔다는 신호다.
최근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심할 경우 투석 치료와 이식까지 해야 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가 당뇨병 환자보다도 많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뜩이나 짜게 먹는 데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오는 13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만성 콩팥병 당뇨병보다 많다
대한신장학회는 2005년 전국 39개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일반 성인 32만95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된 경우가 전체 수진자의 7.7%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당뇨병(4.2%)과 빈혈(3.5%)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된 환자 중에는 콩팥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져 치료가 쉽지 않은 3기 이상의 환자가 35%나 됐다.
지역별로는 울산(18.6%), 대구(16.4%), 부산(16%) 등 영남 대도시의 만성 콩팥병 인구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12.7%), 인천(12.1%) 등 수도권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60세 이상에서 3기 이상의 중증 콩팥병 환자가 늘어난 것. 3기 이상의 만성 콩팥병의 연령대별 유병률을 보면 18∼24세 0.1%, 40∼44세 1.2%, 55∼59세 2.4% 등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60∼64세에 접어들어서는 13.7%로 급증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조원용 신장내과 교수는 “60대에 만성 콩팥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인체의 노화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뇨병 있다면 신장 신경 써야
문제는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대한신장학회가 지난 20년 동안(1986∼2005) 전국 280개 의료기관에서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받고 있는 환자 4만43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2001∼2005)은 39.9%였다.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율 45.9%(보건복지부 2005년 추정치)보다 낮은 것이다. 말기 신부전을 갖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3년 생존율은 65.2%였으며 1년 생존율은 92%로 나타났다. 당뇨병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1개월당 1% 정도의 콩팥 기능이 감소하는 등 악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은 콩팥 혈관에 손상 준다
당뇨병은 주로 콩팥의 혈관에 손상을 준다. 당뇨병 환자의 피 속에 있는 과다한 당 성분은 혈액 내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 ‘당화단백’을 만든다. 이 물질은 혈관의 콜라겐에 달라붙어 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딱딱해진 혈관이 눈에 영향을 미치면 당뇨 망막증, 발은 당뇨발, 콩팥은 당뇨성 콩팥병(신병증)이 된다.
당뇨병은 신경도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방광의 원활한 소변 배출이 어렵고 꽉 찬 방광의 압력이 신장으로 전달된다. 또 오랫동안 소변이 방광에 괴면 요로감염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당분이 높은 소변에서는 세균의 번식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항상 콩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단 소변에 알부민이 나타나면 만성 콩팥병을 의심해야 한다. 알부민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물질로 혈중 알부민 농도가 낮으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소변에서 알부민이 검출되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이 진행되면 체중이 늘고 발목이 붓는다. 이 밖에 오심, 구토, 식욕 감소, 허약감, 피로감, 가려움증, 근육 경련(특히 다리), 빈혈 등이 발생한다.
■민간요법 너무 믿으면 안된다
콩팥병에 옥수수 수염차와 늙은 호박이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또 하루에 2ℓ 이상의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해 수분 섭취량을 늘리는 사람들이 많다.
콩팥이 허약한 환자는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소변량이 줄어든다. 대신 남은 수분이 몸속에 쌓인다. 따라서 콩팥병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생기며 심한 경우 숨이 찰 수 있다.
그러나 물을 지나치게 적게 마시면 콩팥 기능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1일 수분 섭취량은 전날 소변량에 500∼700cc(2∼3컵)보다 조금 많은 양을 섭취하면 된다. 수분량 계산은 국, 우유, 주스, 아이스크림, 얼음 등도 포함된다.
과일도 주의해야 한다.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감자, 호박 등 신선한 과일과 야채에는 칼륨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칼륨은 우리 몸의 신경과 근육의 작동을 돕는 중요한 전해질이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많은 양을 섭취하면 근육쇠약, 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마비도 발생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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