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히려 20·30대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 즉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 4∼5년 줄어드는 추세다. 경제가 생산 증가세를 유지해 오는 가운데도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일자리 찾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어든 대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주 18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들 중 더 일할 의사가 있는 이들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에게 일거리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기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재 노동시장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구인난과 구직난이 함께 나타나는 노동시장 수급의 질적 불일치(미스매치)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단골 처방은 취업정보 제공 및 취업알선 기능의 강화를 통한 구인과 구직간 연계 활성화였다. 그리고 산학연계를 강화하고 대학교육을 실무 위주로 재편하며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처하라는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또한 젊은이들에게는 구미에 맞는 일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눈높이를 조정하라는 충고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정보화 강국에서 고용정보 서비스의 개선은 아직 정보화에 어두운 취약계층에는 필요하지만 백수일지라도 컴퓨터는 도사인 젊은이들에게 추가적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육이 노동시장의 수요에 맞게 달라지려면 학과 편성을 바꿔야 하는데 운영비가 적게 드는 계열 중심으로 편성하거나 욕심을 부려 백화점식으로 편성한 학과들을 통폐합하는 대학 내부개혁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이공계 기피 현상은 빠른 기술진보에 대응해 고용 인력을 지속적으로 재훈련시키기보다는 신규 인력으로 대체하려는 기업의 행태가 바뀌어서 이공계 산업인력의 경력 단절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대졸자 수급의 질적 불일치뿐 아니라 과잉교육 자체도 문제다.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적어도 8명이 대학에 가는 지금의 상황을 좋게만 볼 수는 없다. 대졸 학력이 필요 없는 일자리로의 하향 취업 증가, 신규 대졸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의 심화, 신규 대졸자의 입직 단계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비중의 증대 등은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가 양적으로 증가한 90년대 후반 이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대학교육의 기회 균등이란 공부를 아무리 못해도 돈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대학 숫자를 늘려놓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내실 없는 학력 인플레이션을 없애기 위해 부실 대학 퇴출 등을 포함한 대학구조조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것은 전문계 고등학교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대학 진학보다는 적성에 맞는 실무에 빨리 뛰어들고 싶은 학생이 정말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일이다. 이름만 실업계에서 전문계로 바꾼 데 그치지 말고 교육내용도 농공상업의 낡은 교육과정에서 유망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과감히 혁신하고 지원하면 졸업생들의 지위가 노동시장에서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제한, 진입장벽 등으로 경제적 지대를 누리고 있는 부문에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일자리가 편중되어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곳보다 경쟁 압력을 덜 받으며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누리는 직종이나 기업의 존재는 대학 서열에 더해 전공 서열을 부상시키고 고시를 방불케 하는 취업 준비의 장기화를 가져온다. 생산물 시장의 비효율이 노동 시장의 비효율을 낳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신속히 개혁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우리의 청년실업 문제는 교육 문제와 지대추구 문제 등 사회적 개혁과제와 맞물려 있어 경기가 좋아져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상의 일자리 늘리기보다는 미시적 개혁정책을 통해 교육과 취업에 관한 젊은이들의 선택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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