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일키의 경제 산책] ‘설탕 한 스푼’ 내일은 얼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5 16:53

수정 2014.11.07 11:46

매일 아침 나는 눈을 뜨면 우유와 설탕 한 스푼씩을 넣어 차를 마신다. 지금껏 차 한 잔에 들어가는 각각의 재료가 얼마나 할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설탕 애널리스트와 점심을 한 뒤로 “이 설탕 한 스푼이 얼마나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우유는 얼마 정도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식료품 값이 오른다는 기사가 연일 올라온다.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최근 보도에서 인도네시아 고위 관리가 식료품값 급등으로 10년 전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의 실각을 몰고 온 것과 유사한 사회 불안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설탕값은 그렇지만 그저 한 예에 불과하다.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된 3월 8일 인도분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27일 파운드당 14센트가 올랐다.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27%, 2004년 2월에 비교하면 141% 오른 것이다. 그 한 스푼의 설탕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상품은 이전에 간주됐던 것처럼 더 이상 부차적인 자산 항목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려는 투자펀드들이 설탕시장에 진입했다는 데 시장 견해가 일치한다. 게다가 주식시장과 미국채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상품 시장이 상승하면서 펀드 매니저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곳에는 투기꾼들도 몰려들었다. 투기꾼들은 종종 무수히 많은 가격 왜곡을 불렀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유가가 오르기 시작했을 때 헤지펀드와 투기꾼들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설탕값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오르자 투기꾼들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이 다시 일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거래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투기꾼들의 연관성에 대해서 내게 말하곤 한다. 마치 예전에는 투기꾼들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1950년 8월 14일자 타임지에는 당시 미 농무부 장관 찰스 브래넌이 상품 가격 급등에 대해 투기꾼들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실려있다. 브래넌은 뉴욕상품거래소(NYCE) 거래장으로 걸어가 목청껏 “투기꾼”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투기꾼들은 한국전쟁, 품귀 현상, 그리고 경기 호황에 맞춰 가격이 상승한 상품으로 이득을 얻고 있었다.

설탕은 1966∼1974년 11월에도 다시 활황세를 탔다. 당시 설탕 가격은 파운드당 1.6센트에서 최고 66.5센트까지 45배 급등했다. 로저스 국제 상품지수(RICI)를 개발한 짐 로저스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저녁식사에 초대된 손님들이 전통적인 선물인 포도주나 꽃다발 대신 5파운드짜리 설탕을 들고 갔다. 희소성이 가격 상승의 확실한 원인이었다. ‘아랍의 오일머니’를 포함한 다른 이론들은 1973년 10월 17일 일어난 석유위기 때로 이어진다.

당시 설탕을 거래하던 한 트레이더는 석유값과 설탕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 아랍 국가들이 더 부유해지고 점점 더 많은 설탕을 먹으면서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고) 설탕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설탕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은 무엇인가. 시장에는 논란이 분분하고 모든 이론들은 각각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이론의 상당수가 1950년대와 1970년대 나타난 것과 아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설탕 한 스푼이 내일 얼마나 할까 하는 것이다. 또 한달 뒤에는, 1년 뒤에는 얼마나 할까.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원문은 www.fnnews.com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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