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정부-한은,환율 주도권다툼 ‘2차전’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5 17:48

수정 2014.11.07 11:45



정부와 한은이 환율정책 주도권을 놓고 대립기미를 보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의 독자적 환율정책 수행과 고정환율제 도입을 시사한 것이 발단이다.

현재 환율정책은 법적으로는 정부가 행사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2004년 정부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 2조원가량 손실을 낸 후 한은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5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고정환율제는 현재의 한국경제 규모와 물가관리 수준을 감안할 때 도입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정부가 환율을 빌미로 한은의 금리정책 등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환율 빌미로 한은 제어 목적

강만수 장관이 도입 시사를 밝힌 고정환율제는 일반적으로 대외의존도나 특정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고 정책당국의 물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경우에 적합한 환율제도다.


특정통화에 환율을 고정시키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거시경제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자본이동의 제약이 불가피해 결과적으로 국제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수 있고 환투기공격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단점도 갖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고정환율제는 일반적으로 멕시코 등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에 도입된다”며 “통화정책당국, 즉 한은의 물가관리 능력을 정부가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량은 465억달러에 달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10억∼20억달러를 운용하는 정부 역할 확대와 고정환율제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강만수 장관이 6%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한은 압박용으로 고정환율제와 정부 역할 확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6% 이상 성장을 위해서는 환율방어를 통해 원화절상을 최대한 막고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유동성 긴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은 원화절하나 유동성 확대는 물가상승 요인으로 경계대상으로 서로 정책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통위원 선임놓고 명분싸움 벌일 듯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대립은 오는 4월 교체되는 3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선임을 놓고 또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는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한은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기구다.

4월 20일 7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임기를 마치고 교체된다. 강문수, 이덕훈, 이성남 금통위원이다.

3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이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만약 정부가 금리, 환율 등 한은의 정책과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금통위원 임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 의사결정형태는 5명 이상 출석한 후 출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 임기만료 한달 전 각 기관에 추천요청을 한다”며 “아직까지 후임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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