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곽인찬의 팬텀오브더뮤지컬]돌아온 햄릿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5 19:27

수정 2014.11.07 11:45


(사진은 5일자 문화면에 ‘뮤지컬 햄릿’)

몰입하는 배우는 아름답다. 자기가 가진 모든 걸 다 보여주기로 작심한 듯 열연하는 배우의 모습에선 언뜻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김수용(햄릿), 신주연(오필리어), 강효성(거투르드), 조유신(클라우디우스), 송용태(폴로니우스)의 연기에서 그런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객석은 덩달아 뜨겁게 달아올랐다.

‘햄릿’ 시즌 2는 작년 말 아쉽게 막을 내린 시즌 1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시즌 1에서도 햄릿 김수용은 객석을 압도했는데 이번에 보니 그는 햄릿 역을 즐기는 듯 하다. 김수용이 햄릿인지, 햄릿이 김수용인지 헷갈린다는 얘기다. 그만큼 그는 햄릿에 푹 빠져있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면서 절규할 때 김수용은 가슴 속 모든 것을 토해냈고, 오필리어와 사랑을 나눌 때 그의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보드라웠다.

‘노래를 갖고 노는 것’에 관한 한 강효성이 김수용에 뒤질 이유가 없다. 남편이 죽고 시동생과 재혼한 왕비 거투르드 역의 강효성은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뛰어난 강약·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준다. 새빨간 옷을 입고 성녀가 아니라 사랑에 굶주린 평범한 여자, “바로 그게 나야”라고 외칠 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역시 연륜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시즌 1에서 신인 신주연을 만난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시즌 2에서도 오필리어 신주연은 제 몫을 다했다. 아버지를 죽인 햄릿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비련의 여인 역으로 딱이다. 오필리어=신주연 등식은 한동안 이어질 거 같다.

조유신(클라우디우스·왕)은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오르간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참회하는 듯, 다시 햄릿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대목에선 충분히 비열한 눈빛으로 객석을 긴장시킨다. 곧 이어 펼쳐질 대참극을 예고하는 눈빛이다.

“미쳤어, 돌았어” 장면은 전체적으로 무겁기 짝인 없는 뮤지컬 햄릿에서 가벼운 양념 역할을 한다. 시즌 1,2에 모두 출연한 송용태(폴로니우스·신하)는 그 웃음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좋은 공연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서로 튀면 되레 더 산만해질 위험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햄릿’은 배우들이 일정한 선 안에서 움직이기로 암묵적인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그러니 제각각 개성이 강하면서도 극이 착착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극중 레어티스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죽인 철천지 원수 햄릿과 결투를 벌이다 자신마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좀 나약해 보인다. 얌전히 두 손을 모은 채 어색한 듯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일까. 귀공자풍의 표정, 특히 머리 스타일을 선이 굵게 바꾸면 어떨까.

시즌 2는 햄릿을 비롯한 주요 배역이 더블 캐스팅이다.
‘몰입하는 배우가 아름답다’는 느낌은 김수용 햄릿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 4월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363-9706./paulpaor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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