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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해외경쟁사 ‘딴죽’에 몸살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5 22:40

수정 2014.11.07 11:44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우크라이나 법인에 별안간 전화가 걸려 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의 전화다. 전화의 골자는 삼성전자 냉장고가 덤핑혐의로 제소됐다는 내용이다. 즉 우크라이나 현지업체인 노드사가 삼성·LG전자 냉장고 반 덤핑제소를 한 것이다.

노드사는 한국산 냉장고의 높은 수출가격과 낮은 관세신고가격과의 차이를 문제 삼아 딴죽을 걸어 왔다. 삼성전자는 외교통상부와 전자산업진흥회 등과도 공조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이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2월, 경기 수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덤핑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는 낭보였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해외 경쟁사들이 한국 전자기업을 상대로 ‘딴죽 걸기식’ 행위를 일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의 딴죽 걸기식 횡포는 덤핑제소, 특허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 전자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소모하거나 사업에 차질을 빚어 골머리를 앓기 십상이다.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가전제품과 반도체 등 품목에 대한 해외 기업의 견제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등 기업의 양문형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제소로 곤욕을 치렀다.

일본 샤프는 일부 평판 TV 및 컴퓨터 모니터 제조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샤프가 삼성전자에 딴죽을 거는 것은 특허 소송뿐만은 아니다. 샤프는 지난달 26일 소니와 10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 삼성전자를 궁지에 몰아 넣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SDI는 일본 마쓰시타가 제기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분야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려 2년간 법정공방을 벌여 오다가 지난 2월 합의점을 찾았다.

LG전자도 올 들어 미국 월풀이 제기한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은 지난 1월 “LG전자가 문에 달린 아이스 디스펜서 등 5개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미국 무역위원회에 소장을 제출했다.

또 월풀은 미국 내에서 LG전자의 일부 냉장고 제품의 판매금지 신청도 했다. 이는 LG전자가 지난해 북미 프리미엄 냉장고시장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선전을 펼친 데 따른 월풀의 ‘발목잡기’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호주 기업인 일렉트로룩스로부터도 덤핑 제소를 받아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LG전자는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 판정을 받아 호주에 냉장고를 차질 없이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도 대만 등 LCD기업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CMO가 지난해 5월 LCD분야 미국 특허 6건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디플레이는 지난해 3월부터 포지티브 테크놀로지와도 ‘LCD의 구동방법’과 관련해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앤빅도 지난해 2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LCD의 노광 장비’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전자연구소 윤동훈 소장(이사)은 “해외 현지 기업이 한국 전자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덤핑제소를 일삼고 있다”면서 “특히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문제도 등장해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wyang@fnnews.com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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