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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스] 박용전 오픈런 뮤지컬 컴퍼니 대표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6 16:01

수정 2014.11.07 11:42



“대체 박용전은 뭐하는 친구야? 왜 자기가 다 해?”

한 중견 연출자가 툭 던진 말이다. 그 말엔 오픈런뮤지컬 컴퍼니 박용전 대표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나이 지긋한 연출자가 ‘친구’라고 지칭하듯 그는 이제 막 서른 다섯이 된 젊은이다. 각본, 작사, 작곡, 연출까지 모두 도맡아하는 게 특징이다. 심지어 공연 프로그램에 넣을 사진까지 직접 찍는다.

이제껏 선보인 뮤지컬 ‘밑바닥에서’와 ‘오디션’ 두 작품 모두 크게 흥행했다.
각각 음악상과 각본상을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베일 속 인물이다. 대학로 어느 골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난 후에야 ‘실존 인물’이란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온갖 작업을 해내는 ‘박용전’이란 이름의 로보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뭐든지 직접 해내는 슈퍼 연출자

지난해 10월 ‘한국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그는 깜빡 졸았다. 뮤지컬 ‘오디션’이 각본상을 타던 순간이었다. 게슴츠레 눈을 뜬 그는 헝크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앞으로 나갔다. 전날 밤샘 작업을 하느라 잠을 못이룬 탓도 있지만 상을 탈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각본상을 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오히려 작곡상 시상할때 무척 기대를 했죠. 조마조마해 하며 기다렸는데 이름이 불리지 않자 ‘이번엔 상을 못타나보다’란 생각에 긴장이 확 풀렸어요.”

그는 2006년 1월에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어떤 작품이든 롱런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오픈런 뮤지컬 컴퍼니’라고 이름을 지었다. 단국대학교 작곡과에 입학한 그는 20대 초반부터 대학로 바닥에 뛰어들었다. 음향 관련 스태프일 등 13년간 닥치는대로 ‘잡일’을 했다.

일하는 방식은 별로 특별하지 않다. 자리에 앉아 생각나는대로 멜로디를 흥얼거린 뒤 악보에 옮겨쓴다. 곡이 완성되면 가사를 붙인다. 시놉시스를 먼저 써놓고 곡을 만들기도 하지만 순서에 얽매이진 않는다. 열개가 조금 넘는 넘버를 완성한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이젠 무대로 달려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연습 중간 중간 최고급 DSLR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대본과 음악, 배우와 스태프, 하다 못해 프로그램에 넣을 사진까지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있어요. 전후상황을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에 직접 하게 된 거에요”

■허름한 뚝배기집 주인이 되고파

박대표가 소극장 공연에서 연달아 성공을 거둔 뒤론 ‘이젠 대형 작품 해보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뵌다.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이 돈을 벌어 가게를 넓히게 되면 예전의 맛을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비싼 해산물 레스토랑과 허름하지만 맛있는 해장국집은 완전히 다르죠. 우리가 매일 고급스러운 음식만 찾는 게 아니니까요. 때로는 얼큰한 국물에 소박한 깍두기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죠. 제가 하고 싶은 공연은 그런 해장국같은 공연이에요.”

오픈런 뮤지컬 컴퍼니의 첫작품 ‘밑바닥에서’가 2억원의 빚을 청산하고 흑자로 돌아선건 2006년부터다. 수익은 100 퍼센트 표를 팔아 번 돈이다.
뮤지컬 ‘오디션’ 초연 때는 포스터와 프로그램을 비롯해 인쇄비까지 홍보비라곤 달랑 500만원을 썼다. 용기라면 용기고 객기라면 객기인 액수다

“저희는 광고에 돈을 쓰지 않아요. 입소문을 믿는거죠. 좌석이 불편한데도 ‘재미있다’는 평만 믿고 꾸준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고마울 뿐이에요.”

박대표는 올해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란 작품으로 또 한번 저력을 과시한다.
‘밑바닥에서’가 하층 인생의 어두운 삶을 조명했고 ‘오디션’이 20대의 희망과 좌절을 그렸다면 새 작품은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무엇일까, 대체 사랑이란 게 있긴 있는걸까. 뭐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이에요. 매번 그랬지만 새 작품을 선보일때마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두려워요. 하지만 ‘밑바닥에서’와 ‘오디션’이 그랬듯 이번에도 관객들이 제 작품을 잘 이해해줄거라고 믿을 뿐이죠.”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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