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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소리만 요란한 기관 의결권 /안상미기자



“반대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내부 규정 때문에 자동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반대의결권이 행사됐다고 해서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지난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한 상장사 관계자가 말했다. 왜 기관이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는지 이유를 알았다면 해당 안건을 놓고 수정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진지한’ 질문에 대한 너무도 ‘가벼운’ 답변이었다.

기관은 주주로서 의견을 피력했지만 상장사는 진정한 의사표시로 생각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반대 기관들의 지분을 다 합쳐봤자 1%가 되지 않기 때문에 통과에는 별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문제가 됐던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 건이었다. 기관은 후보들 중 한사람에 대해 반대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상장사 관계자는 “그 후보가 관계사에 있다 퇴임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펀드 내규가 아마 3년 이상이라서 자동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대표를 행사한 기관에 물었다. 다른 대답이 나왔다.

해당 후보의 경력이나 이전 활동사항으로 봤을 때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반대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해당 상장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자문을 구하기에는 자격미달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상장사는 반대이유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거니와 기관의 의견을 참고할 의사도 전혀 없었던 것이다.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증시에서는 기관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이슈로 떠올랐었다. 지난해 펀드 열풍에 기관들의 상장사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반대 의결권 행사로 주총장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관심사였다.


알고 보니 소리만 요란했다.

상장사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고, 지금까지 기관이 반대의견을 제시한 안건은 모두 무리없이 통과됐다.

상장사가 투자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기관의 반대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회사의 경영사항을 함께 결정하겠다는 주총의 의미조차 퇴색될 것이다.

/hug@fnnews.com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