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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원 인사 못해 일상업무도 차질

지난 1월 10일 시작된 삼성특검이 9일 1차 수사시한을 넘기고 1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2차 시한으로 연장되면서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수립 및 투자, 인사 등 경영 차질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특검이 마무리된 후 계열사 사장단을 비롯한 그룹인사를 실시키로 방침을 정해 놓고 있어 이번 특검시한 연장으로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신사업 일정 차질이나 투자보류 등 경영공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경영 일정 줄줄이 차질

삼성은 해마다 연초 실시해 오던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특검 이후로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매년 3월 초에 실시됐던 일반 직원 인사도 단행하지 못했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수준의 업무 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올해 부여받아야 할 보직과 업무가 확정되지 않아 적극적이고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 공채 절차도 인재 확보 차원에서 다른 주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달 초에 개시했으나 최종 채용 규모를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매년 2월 말에 열었던 계열사들의 정기주주총회도 한 달이나 늦춰진 오는 28일 전후로 연기된 실정이다. 특히 이병철 선대 회장 20주기, 이 회장 취임 20주년, 정기주주총회 등 주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아울러 삼성은 오는 22일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지만 특검 수사로 기념 행사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그룹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가 지연되면서 주요 사업이 보류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그룹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이직이 늘어나는 등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장동력 찾기 지연 경제 악영향

삼성은 지난해 10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으나 특검수사로 인해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따라서 삼성의 투자계획이 보류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삼성의 신성장 엔진 찾기가 지연되는 것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 삼성의 투자 지연으로 인해 중기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어려움에 처하는 등 연쇄적인 위기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거래선이 이탈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을 빚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긴급 해외출장길에 오르는 등 해외 거래선 이탈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특검이 장기화되면서 이탈이 언제 확산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삼성특검을 틈타 소니, 도시바 등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의 주요 경쟁사들이 업계 합종연횡이나 대규모 투자로 삼성을 압박하는 등 해외 경쟁사들의 타도삼성 공세가 거세지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는 등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경영진 소환조사로 경영 위축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영위기 극복에 경영 역량을 올인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삼성이 특검에 발목이 잡혀 있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특검상황이 종료돼 경영이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a1046@fnnews.com차석록기자

■사진설명=최근 일본 소니와 삼성전자의 결별이라는 대외 악재까지 터지자 충청남도와 삼성전자, 8개 삼성전자 협력업체, 유관기관 직원 등 20여명이 지난 4일 긴급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