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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부리그로 추락 우려



증권선물거래소(KRX)가 용역을 의뢰, 진행하고 있는 거래소 발전방안의 골자는 조직개편으로 압축된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맞춰 거래소 역시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이 합쳐질 경우 코스닥시장의 위상이 현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코스닥 고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물론 코스피의 그늘에 가려 사실상 2부리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스닥에 이어 세계 2위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은 중국정부가 ‘중국판 코스닥’인 차스닥을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가 코스닥과 유사한 벤처 신시장을 출범하는 시점에서 코스닥을 코스피와 합치는데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코스닥 하나로 묶는다

지난 2005년 1월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시장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개편하기 위해 기존의 증권·선물시장 4개 운영기관을 통합한 KRX가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3년 만에 코스피와 코스닥 통합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양 시장의 조직과 기능이 중복됨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부실기업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점도 통합이 거론되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 이영탁 이사장이 양 시장의 통합 필요성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육박하며 KRX 출범 전에 비해 3배가 넘게 성장했고 상장기업도 1000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질적인 면에서 의미있는 성장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코스피와 통합될 경우 정체성 상실은 물론 코스닥시장만의 색깔조차도 없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코스닥등 벤처시장의 경우 고위험 고수익 투자, 미래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등 무형자산에 대한 프리미엄 부여 등 대기업 중심의 코스피시장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특성을 안고 있는데 통합될 경우 이런 성격이 희석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코스피시장의 그늘에 가려 2부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에 따라 코스닥시장본부는 자체적으로 코스닥시장 발전방안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투자자들과의 현장 접촉을 통해 개선점을 적극 파악하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발전방안, 용역안대로 추진될까

용역안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하나로 묶어 현물시장본부로 구성하는 방안과 함께 양 시장의 통합시 중복되는 인력의 활용방안,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KRX 출범 이후 다른 본부에 비해 방대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영지원본부의 기능 축소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본부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달 초까지 인터뷰가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초 용역안은 지난달 말 최종 완료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이영탁 이사장의 임기 만료와 후임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거래소 발전방안을 담은 용역안이 최종 확정된 바 대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발전방안 용역안이 이영탁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최종 발표되는 용역안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거래소 이사장이 교체될 경우에는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스닥시장이 KRX 출범 이후 특유의 시장기능과 색깔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이번 용역결과가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모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KRX 출범전 코스피와 코스닥이 경쟁할 때 코스닥시장의 특성이 가장 뚜렷dl 부각됐던 것 같다”며 “MS, 오라클, 인텔, 야후 등 세계적 기술주를 거느린 나스닥의 힘의 원천은 뉴욕거래소와의 치열한 경쟁인 점을 고려할 때 통합의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이번 거래소 발전방안 용역안의 핵심은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최종 용역안을 반영한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hs@fnnews.com 박승덕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