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장인들이 만든 목(木)가구와 20세기 이후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로 대표되는 한국 현대의 추상미술.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목가구와 추상미술은 군더더기 없는 형상으로 맵시의 조화를 이룬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에 있는 아트 월 갤러리에서 ‘결과 시김의 정신’전을 마련하고 있다. ‘조선 목가구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이란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는 깊고 오랜 삭힘의 과정을 통해 그 본질이 표현되어 우러나는 한민족 특유의 미의식(시김)을 보여주는 자리다.
‘책을 읽기 위한 상’인 서안(書案)을 비롯해 조각 책장, 자개이층농, 약장, 찬장, 삼층찬탁 등 18∼19세기 조선의 장인들이 만든 목가구는 단아한 선과 날렵한 결, 정연한 면 등이 조선의 선비를 닮았다. 목가구는 그 쓰임새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짜인 검박함과 정제된 화려함, 허수롭고 빈 듯한 여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쓰는데 편리하고, 보는데 아름다우며,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는, 생활 예술품으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춘 명품이라 할만하다.
목가구 40여점의 품격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의 추상미술 50여점은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시대별로 맛볼 수 있게 한다. 신세계 갤러리 지명문 관장은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선 예술언어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아트 월 갤러리는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6층까지 엘리베이터홀과 각층 매장 내 아트 월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 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는 9월 미국의 페이스 갤러리에서 전시를 앞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바람, 점, 선 등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는 관람객은 백화점 데스크에 신청하면 도슨트들이 직접 설명을 해준다. 전시는 4월30일까지. (02)727-1542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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