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채지용특파원】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당 일본 통화가치 100엔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 때 1달러에 101.43엔을 기록, 200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엔화는 102.67엔으로 장을 마감한 뒤 10일에는 1달러 당 102.35엔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경제의 회복과 달러화 약세로 비롯된 이 같은 엔화의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엔화는 일본의 공장 수주 물량이 지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의 수요가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 감소분을 상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등 본격적인 경제회복 일로에 따라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미국의 달러화 약세 정책을 거스르는 일본정부의 시장개입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통화가치 보호를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해 왔지만 지난주 엔화가치가 8년래 최고치로 상승하자 통화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장개입에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본 중앙은행장을 지내는 등 외환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는 에이스케 사키기바라는 “예전 시장개입 때는 미국의 동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달러 약세를 원하고 있어 일본 정부의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엔화가치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가절하돼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중국, 유럽, 캐나다 등 15개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엔화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99.5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시장에 개입한 2004년 1분기 평균은 121.9였다. 엔화는 지난 3년 간 달러를 제외한 세계 10대 통화에 대한 가치가 하락했다.
스테이트스트릿글로벌어드바이저스 런던지사 외환매니지먼트 콜린 크라운노버는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물거래시장에서는 앞으로 달러 대 엔화가치 상승이 지난 2004년 2월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시엣제너럴은행 도쿄지사 외환세일즈 유지 사이토는 “미 연방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2%까지 내릴 경우 엔화는 이번주 내로 1달러 100엔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달러화는 이번 주 발표를 앞둔 소비자판매와 소비자신뢰지수가 경기침체를 방증할 것이란 전망 속에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8일 금리를 0.75%포인트 또는 최대 1%포인트까지 대폭 인하할 것이란 기대와 고용시장 악화를 나타낸 지난 7일의 노동부 발표에 따라 달러화는 엔화뿐 아니라 유로화 등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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