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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국경이 사라진다] ③ 국제기준 조기도입국 중국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0 18:04

수정 2014.11.07 11:15



【중국 상해=김시영기자】 13억 경제대국, 중국.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지구에는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천루들이 빼곡히 들어서며 경제대국 중국의 위용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경제의 발전은 외형적 변화에서 두드러지지만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그 하부구조의 변혁 역시 이에 못지 않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각종 법제와 규정을 재정비해 중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외형과 질적 성장 모두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개혁 속도를 높이는 분야가 바로 회계분야다.
동북아 금융허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선진기업 유치가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선진회계제도 수혈은 당연한 일. 이미 중국의 회계시스템은 아시권은 물론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는 물론 외국기업들에게도 글로벌 수준의 회계제도를 선보임으로써 동북아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중국기업에 대한 회계 불신은 더 이상 통용 또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게 현지 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회계기준은 국제적 수준에 도달해 있고 향후에도 국제 수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부단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정책 30년, 국제수준으로 우뚝

중국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근간은 사회주의 사상이 기본을 이룬다.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통제적이다 보니 법이나 규칙에 근거하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기업들의 회계문제도 그렇다. 철저히 법의 원칙하에 이뤄져 왔다.

1950년대와 60년대는 예산회계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회계제도의 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등소평이 정치 전면에 나선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하면서 변혁의 바람이 분 것이다.

1985년도에 ‘회계법’이 제정되면서 중국기업들의 회계제도는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기업의 회계정보가 국가계획의 실행상황을 반영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업 자체의 상환능력이나 부채능력, 이익창출 능력, 자산관리능력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같은 회계환경의 변화는 회계제도 자체의 개혁을 가져왔다.

특히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중국은 더욱 더 시장 친화적 색채를 띠게 된다.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때도 이 시기다. 당연히 회계법도 수정됐다. 1993년 개정된 회계법은 1999년 또다시 개정됐다. 중국은 이처럼 중요한 정치적 변곡점마다 회계법을 개정하면서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CAS2006, 회계선진화 이뤄 간다

중국은 지난 1993년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포괄하는 ‘기업회계준칙’을 발표했다. 중국 내 비상장사와 상장사가 그 적용대상이다. 2001년에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회계제도’가 만들어졌다. 외국인투자기업회계제도도 이즈음에 생겨났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그리고 외국인 기업이 준수해야 할 회계제도가 각기 존재했던 셈이다. 2002년부터 외국기업들도 기업회계제도를 수용하게 됐다.

중국 회계제도의 관행 중 하나는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이전 것에 우선한다는 점이다. 기업회계준칙보다 기업회계제도가 더 먼저라는 얘기다.

다양한 회계제도를 시험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던 중국 재정부는 지난 2006년 3월 16일 국제회계기준의 ‘국제회계기준 차이니스 어카운팅 스탠더드(CAS2006)’를 공포하고 시행을 천명했다.

이는 2007년부터 상장회사에 대해 의무적용됐다. 원칙은 상장회사만을 위한 것이지만 은행과 증권 등 금융기관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국유기업들 역시 ‘CAS2006’을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비상장 기업과 외국기업은 현재 ‘기업회계제도’와 ‘기업회계준칙’을 따르고 있다. 원한다면 기업 선택에 따라 ‘CAS2006’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현지 회계법인들의 설명이다.

‘CAS2006’의 확대적용 시기와 관련해 아직까지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기업들은 상장사·비상장사 할 것 없이 국제회계기준 수준의 회계도입을 요구받고 있고 언젠가는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CAS2006’을 서둘러 도입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중국 상장하려면 CAS2006 따라라

‘CAS2006’이 전격적으로 시행된 후 중국 내 상장기업들은 모두 이 원칙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외국기업은 아직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중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CAS2006’ 도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현지 진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반드시 CAS2006 기준에 맞는 회계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지 회계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도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한다면 이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내 비상장회사와 한국계 자회사를 포함한 외국계기업의 경우 기업회계준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CAS2006을 도입해야 할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중국, 회계 낙후성 극복했다

중국의 회계제도는 상당부분 국제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중국 내 상장사들이 모두 국제회계기준 수준의 ‘CAS2006’를 도입한 점만 봐도 그렇다.

다만 비상장사를 포함한 중국 내 전반적인 회계제도 및 수준, 인식은 아직 상대적으로 낙후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일반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국제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 시점에 중국회계기준은 한국과 일본 등과 비교할 때 국제적 정합성이 낮다는 평가다. 회계산업과 법률제도의 후진성으로 인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결여나 부적절한 시장제재를 고려하면 국제회계기준이 아직 중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부정론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회계제도 자체보다는 감사의 문제가 중국의 회계제도 낙후성을 인지시키는 데 주범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회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감사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이에 따른 회계 불투명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진출한 한 외국계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로 불리는 외국계 회계법인과 중국 회계법인의 감사보수는 최대 10배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면서 “때문에 시장에서는 로컬 회계법인의 감사결과의 퀄리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제도는 잘 구비돼 있지만 정작 회계기준대로 처리됐는지 감사하는 과정에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 의무회계감사제도 도입이나 감사인 퀄리티 제고 도입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이나 대기업들은 PWC(Price Waterhouse Coopers)와 딜로이트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비용은 높지만 기업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30∼40개 기업은 글로벌 기업들로 ‘빅4’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에 준하는 재무제표와 공시는 당연한 일. 회계투명성 수준은 국제적 수준이다.

■사회주의 색채 남은 것은 아쉬움

중국은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정비하고 있다. 기업발전에 따라 회계기준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근간이 사회주의 사상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아직도 회계시스템 곳곳에서 사회주의적 색채가 남아 있다.

일례로 정부가 정한 코드번호나 계정이 모든 회계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업종특성 등 기업 입장이 적절히 반영되는데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계획경제·사회주의적 색채가 드러나고 행정편의·관료주의적 향취가 강하게 풍겨나지만 중국의 문화사회적 특징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좋고 나쁨을 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가치가 매우 높다는 데 회계 전문가들은 의견을 함께 하고 있어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상하이에 진출한 국내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런 점이 꼭 중국의 회계제도가 낙후된 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옵션이 너무 많아도 문제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통계, 계획경제를 위해서는 단순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y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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