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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주인 부적격 판정 안팎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0 22:41

수정 2014.11.07 11:14

국민에게 우주의 꿈을 전하려했던 ‘우주인 사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해 9월 한국인 최초 우주인으로 선정돼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던 ‘프라이머리(탑승) 요원’ 고산씨(32)가 러시아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 우주인 교체에 대해 정부 당국은 “고씨의 잇따른 보안 규정 위반에 따른 자질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 나아가 국제 신뢰도 추락과 함게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

■왜 교체 했나

고씨가 첫 우주인에서 낙마한 것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의 보안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상목 국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씨가 규정을 잘 숙지하지 못해 반출이 금지된 교재를 지난해 9월 국내로 들여왔다. 한달쯤 후에 이 사실을 발견하고 러시아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또 “당시 작은 실수였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지 않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씨는 최근 두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보유가 금지된 교재를 동료에게 빌려 소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국장은 “고씨가 본인의 임무인 과학실험 분야와 관련이 없는 조종 등 다른임무에 관련된 훈련 교재를 빌려 소지했다. 이는 의욕이 과해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알게된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우주 임무는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씨는 우주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정부 당국에 전해왔다.

■작은 실수가 교체까지?

교육과기부는 이번 결정은 러시아 권고를 검토한 후 ‘한국우주인위원회’이 직접 내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씨의 반복된 위반에 대해선 ‘규정 미숙지’와 ‘의욕 과잉’이라며 ‘작은 실수’로 규정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도 “우리 입장에서 보면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정부가 정한 우주인 후보를 ‘작은 실수’ 하나만 갖고 낙마시켰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또 고씨가 교재를 무단 반출한 경위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우주인 교체 결정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군사기지에 있는 가가린 우주센터는 훈련센터이기 때문에 수색을 하지 않고 있어 반출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우주인 배출엔 이상 없다

교육과기부는 탑승 우주인이 바뀌더라도 우주인 사업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렬 원장은 “백업(예비) 요원 이소연씨가 이미 지난 7일부터 탑승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며 “두 사람이 같은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우주로 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기부도 “고씨는 예비팀에서 계속 훈련을 받을 예정이며 탑승팀에서 예비팀으로 변경된 것 외에는 신분상의 다른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씨가 혹시 건강상의 이유 등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우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훈련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탑승팀으로 자리를 바꾼 이씨는 오는 4월 8일 오후 5시16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를 향한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선정된 이소연씨(29·오른쪽)가 지난 3일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마친후 고산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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