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일가족 피살 사건, 꼬리무는 의혹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1 15:49

수정 2014.11.07 11:09


서울 마포구 창전동 네 모녀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1일 용의자 이호성씨(41)가 사귀던 김모씨(45)의 빚독촉을 견디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냈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아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1억7000만원 빚독촉…4명 잔혹살해, 암매장

이씨가 김씨로부터 1억7000만원의 빚독촉을 받았다고 하지만 폭력이나 법적조치 등이 수반되지 않은 김씨의 단순 빚독촉에 일가족 4명을 잔혹하게 살해, 암매장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실종 당일 김씨의 집에 찾아가 김씨와 두 딸을 살해한 데 이어 김씨의 휴대폰으로 큰 딸까지 유인,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시신발굴 결과 김씨와 두 딸은 실내복 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이 집안에서 한꺼번에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씨는 범행 뒤 시신을 차량에 실은 채 대담하게 서울 도심으로 진입해 당시 외출했던 큰 딸까지 찾아나서는 집요함을 보였다.

■들키자 추가 살해?…가방 3개 미리 준비

경찰은 이씨가 김씨를 살해하는 장면을 자녀들에게 들키자 이들도 함께 살해했거나 또는 김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씨가 가방 3개와 방수조치를 위한 투명비닐을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 대상을 4명으로 계획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드러난 상태다.

사건 전 김씨와 큰딸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씨와 여행갈 계획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따라서 이씨가 이날 범행을 결심했다면 왜 피해가족에게 여행 얘기를 꺼내 자신의 알리바이를 없애는 ‘자충수’를 뒀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공범흔적, 전 남편 자살, 동업자 실종

경찰은 사건당일인 지난달 18일 밤 김씨의 아파트 현관과 이틀 뒤인 20일 주차장에서 각각 찍힌 폐쇄회로 화면의 남성이 동일인물인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씨가 김씨 집에 들어간 지 6분 만에 대형 가방을 싣고 나오는 등 단독범행으로 보기 힘든 정황이 있다.

경찰은 3년전 실종된 이씨의 동업자 조모씨(실종 당시 37세)도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씨는 2005년 8월3일 밤 이씨를 만나 30여분간 대화를 나누고 아내, 다른친구와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김씨의 전 남편은 지난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김씨는 이 사건 5개월 전에 이씨와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 남편 자살도 김씨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pio@fnnews.com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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