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건 이웃나라 도움 덕분입니다. 기업이 최근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어려운 이웃나라를 도와주어야 하지요.”
빈곤과 질병,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전세계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펴기 위해 지난 2005년 11월에 출범한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 단체 ‘월드 투게더’의 박노숙 이사장(62). 그는 38년간 군인의 길을 걸으며 국가에 충성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01년 11월 예편하자마자 사회사업가로 뛰어들었다.
“군에서는 첫번째도 생명, 두번째도 생명입니다. 한마디로 생명중시 문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깁니다. 이것이 어린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사회사업가의 길과 통한다는 생각에 국내보다는 전세계의 어려운 나라를 구호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회사업가에 대한 박 이사장의 꿈은 어린 시절 6·25전쟁 직후부터 싹텄다고 한다.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 뒤 온 국민이 가난과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쳐야 했다. 고아와 부상자들이 수없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지만 집집마다 먹을거리가 없어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신상 명세서의 장래 희망란에 어김없이 ‘사회사업가’라고 쓰고 가난한 이웃을 돕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월드 투게더가 펼치는 활동은 크게 두 가지. 국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사업과 코시안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절대빈곤과 기아퇴치,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등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에 기반을 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30㎞ 떨어진 긴치 마을에 우물을 파고 학교를 세우고 질병을 퇴치하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긴치 마을에 ‘노력만 하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건강한 자본주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더 열심히 선택과 집중의 지원을 하고 있어요. 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이곳 마을에서 펼치며 그 정신을 심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아프리카에 대한 무상 원조의 경우 53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총액이 1700만달러로 일본의 5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빚진 자’의 마음으로 지구촌의 현존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긴치 마을에는 지금 당장 목이 마르다고 물을 주는 정책이 아니라 우물을 파주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질병 퇴치와 함께 교육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1달러씩 지원하는 교육사업을 최우선적으로 펼치고 있지요.”
오는 6월 25일을 기해 에티오피아 소년소녀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한국으로 불러와 또다른 나눔 실천을 준비하고 있는 박노숙 이사장. 평생 군인의 길을 걸으며 단련된 정신으로 아프리카의 천사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