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다국적社 약값 너무합니다”

이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1 22:00

수정 2014.11.07 11:06



약값을 더 받기 위한 다국적제약사의 경영전략과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약값 인하정책이 충돌해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등 중요 치료제들이 환자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11일 현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사(BMS)는 혁신적 만성골수성백혈병 신약 ‘스프라이셀’ 약값을 1정당 6만9135원에, 로슈는 새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을 1병당 3만970원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당국이 수용할 경우 환자 1인당 약값이 연간 5047만원(스프라이셀)과 2260만원(푸제온)에 달하고 건강보험재정에도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한 가격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품 자체가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어 애꿎은 환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 삼아 고가의 약값을 얻어 내려는 일부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백혈병환우회,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플러스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약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두 회사의 약값은 환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쉽게 복용할 수 없다. 환자들이 제때 약을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푸제온의 경우 미국에서 시민단체들의 인하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12일 서울 대치동 한국BMS제약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소수 중증 환자들의 생명은 생각하지 않고 약값협상을 일방적으로 틀어버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MS측은 “스프라이셀 가격은 기존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투약비용과 비교해 책정했다. 공식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협상 과정중 6만9000원보다는 낮은 가격을 새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로슈는 고가 약값에 대한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두 제품은 오는 14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직권등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황상철 주무관은 “정부도 약값을 낮춰 보험재정을 절감하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행정지도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여지가 있지만 다국적사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 공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약값이 제약사가 요구한 것보다 10%만 낮아지더라도 연간 100억원의 건강보험 약값을 아낄 수 있다”며 “스프라이셀 약값 결정은 이후에 등장할 백혈병 치료제 약값을 결정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번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unglee@fnnews.com이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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