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 집배원이 소송서류를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국가는 수억원대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김모씨(45·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2002년 4월 A씨로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임야(거래가격 10억3000만원)를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5억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김씨가 사려 했던 땅은 본래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씨의 땅이었으며 A씨는 소송 서류를 조작, 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과정에서 소송 서류를 송달했던 집배원 이모씨는 최씨에게 땅의 소유권이 A씨에게 넘어간다는 내용의 소송서류를 최씨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도 송달 방법란에 ‘직접 전달했다’고 기재했다.
최씨에게 전달돼야 하는 소송서류는 최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의제자백’으로 간주돼 땅의 소유권이 A씨에게 넘어가는 중요한 것이었다.
문제의 땅이 A씨 소유인 것으로 판단되자 김씨는 땅 구매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했으나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원래 땅 주인 최씨가 소를 제기해 땅을 되찾았다.
결국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된 김씨는 소송서류를 잘못 전달한 집배원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집배원의 과실이 인정되지만 원고 역시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땅의 진짜 주인을 알기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점도 인정되는 만큼 피고의 책임비율을 80%로 제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송달은 소송 진행에서 소송을 공증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적정한 절차에 따라 확실하게 당사자에게 송달될 것이 특히 강하게 요청된다”고 밝혔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