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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TSLF방식 2000억달러 유동성 공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2 13:57

수정 2014.11.07 11:03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온갖 묘수를 짜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성 공급에 경매라는 새로운 방식인 ‘기간부 경매 제도(TAF)’를 도입했던 버냉키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실제 유동성이 아닌 국채를 경매방식으로 빌려주는 이른바 ‘기간부 증권 대여 제도(TSLF)’를 내놓았다.

TSLF가 TAF와 다른 점은 현금이 아닌 재무부채권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TSLF는 TAF처럼 담보를 받고 금리 경매를 통해 일정 기간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제도다. 다만 TAF와 달리 현금이 아닌 국채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게 차이다.

미 재무부 채권은 시장에서 현금과 마찬가지로 환금성이 높기 때문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버냉키 의장이 이번에 2000억달러에 이르는 긴급 유동성을 시장에 풀면서 이를 현금이 아닌 재무부 채권으로 공급키로 한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 곡물가, 상품가 등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직접 현찰을 공급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고삐를 놓치면 경기둔화세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신용시장 경색 완화를 통한 실물경제 부양, 인플레이션 요소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 된다.

게다가 TSLF를 통해 각 금융기관들이 담보로 낼 수 있는 자산에는 이제 시장에서 아무도 거들떠보려고 하지 않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도 포함돼 있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자금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버냉키 의장은 새로운 유동성 공급 방식인 TSLF를 통해 인플레이션 요인은 되도록 줄이면서 신용시장 자금난을 완화하고, 휴지조각이 돼버린 MBS도 다시 살려내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5.25%에서 4.75%로 0.5%포인트 낮추고, 지난 1월에는 2차례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소집해 1.25%포인트를 전격 인하 기준금리를 3%로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되레 오르고, 자금난도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온갖 묘수를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존 립스키 IMF 부총재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FRB,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신용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공조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에 일정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립스키 부총재는 FRB를 비롯해 주요 중앙은행들이 최근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처를 발표했음을 상기시키고 “이같은 유동성 공급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조처를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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