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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혁신의 중심은 ‘고객’입니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2 16:44

수정 2014.11.07 11:01



■혁신이란 무엇인가(커티스 칼슨·윌리엄 윌못 지음/김영사)

혁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경영의 최대 화두였다.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들은 물론 ‘포춘’ ‘비즈니스 위크’ 등 경제이슈를 선도하는 경제주간지들도 틈만나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혁신기업의 사례들을 제시해왔다. 이러다보니 아직 혁신에 대해 더 소개할 것이 남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스탠포드대학교 부설연구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의 커티스 칼슨 회장과 윌리엄 윌못 수석 파트너가 공동으로 저술한 ‘혁신이란 무엇인가’(김영사)는 혁신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통째로 바꿔놓는다.

사실 그동안 혁신을 이야기할 때 ‘기존의 것을 다듬어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거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뿐만 아니라 경영혁신은 곧 조직 축소와 비용절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실행과정에서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 같은 혁신의 고정관념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혁신의 목표는 경영효율성 확보가 아닌 고객가치창출이며, 혁신의 성과는 기업이 아닌 고객에게 돌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혁신의 중심에는 기업, 조직, 리더가 아닌 재화의 최종 소비자인 고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가치창조’라는 목표를 수립하지 못한 컴팩은 혁신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결국 퇴출되었다. 컴팩은 한때 세계 최고의 컴퓨터 기업이었지만 90년대 후반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IT침체로 인해 1억55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입었는데다가 델의 저가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곤두박질쳤다. 컴팩은 이에 대해 가격인하 전략으로 대응했을 뿐 그 외의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지 못해 지난 2005년 PC업계 3위 기업인 HP에 인수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반면에 애플과 스타벅스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고객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까지 찾아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은 이미 몇 개의 브랜드들이 고객을 나눠 갖고 있던 MP3시장에 음질과 색상이라는 두 가지 강점만 남기고 다른 사양을 제거해 크기를 최대한 줄이면서 편의성을 최대화 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아이팟을 내놓았다.

또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의 테이크아웃, 도시의 모던함을 활용한 트렌드 선도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정서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더 싸고 가까운 커피전문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 스타벅스를 찾게 되었다. 혁신의 목표가 구조조정이나 신제품 개발을 뛰어 넘어 ‘고객가치 창조’로 진화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보는 이 책은 혁신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혁신의 다섯 가지 실행도구’를 제안한다. 시장의 핵심 요구를 파악하라(혁신의 준비단계), 차별화를 넘어선 개별화된 가치를 창조하라(혁신의 출발점),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 혁신 챔피언(혁신 챔피언), 신뢰와 존경이 넘치는 혁신팀 구성(혁신의 실행 엔진), CEO에서 사원까지 혁신에 집중하라(혁신의 마무리)가 그것이다.

여기서 시장의 핵심요구 파악과 차별화를 넘어선 개별화된 가치창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도요타는 렉서스를 런칭하면서 BMW나 벤츠와는 다르게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러망을 고객가치의 주요 요소로 삼았다.
렉서스 딜러들은 고객 응대를 전담하는 정비접수요원들을 따로 두었고 차를 고치는 동안 고객들이 편안한 라운지에서 쉬면서 대형 유리창으로 작업광경을 살필 수 있게 했다.

모든 기업의 꿈은 혁신이다.
혁신을 실행할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이 책이 어쩌면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를 일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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