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고심 끝에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화한 데 이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이 서울 북부(손학규)와 남부(정동영)에 ‘투톱’을 내세워 야당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날 한나라당은 단독 공천 신청한 박진 의원을 손 대표의 ‘대항마’로 확정했다.
■손학규-정동영 수도권 ‘투톱’ 승부
손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할 것을 국민에게 말씀 드린다”며 “종로구 출마를 통해 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이명박 1% 특권층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아내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봉에 서서 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종로 출마’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정치 1번지 출마’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집중 부각시켜 총선 핫이슈화를 시도, 수도권 발(發)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행간’이 읽힌다.
손 대표는 11일 저녁부터 자택에서 최종 거취를 고민한 끝에 12일 새벽 측근에게 종로 출마 결정사실을 알리고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했다.
종로는 개혁과 보수표가 적당히 혼재돼 있고 중앙정치 이슈에 민감하다는 평이어서 차기 대권주자인 손 대표로서도 넘어야 할 정치적 승부수로 여겨지고 있다.
당초 종로 외에도 ‘서민정당=민주당’이란 총선 이슈를 주도하려면 ‘강남’ 출마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변 권고에 한때 ‘특권층’ ‘부자지역’으로 상징되는 강남 출마쪽으로 기울었다가 야당 이미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최종 종로행을 택했다는 후문.
손 대표의 종로행은 남은 당 지도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우회적으로 압박할 뿐만 아니라 ‘뇌관’인 호남권 30% 물갈이 공천 이후 예상되는 내부 반발 및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동작을 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손 대표가 기자회견 직전 전화를 걸어와 서울 남부벨트를 책임져 달라는 요청을 해 이를 수락했다.
비례대표를 희망하는 강금실 최고위원의 거취도 조만간 정리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손학규-정동영-강금실’의 ‘수도권 트로이카’ 구축을 통해 견제론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강 최고위원은 서울 구로을 지역 전략 공천설이 나온다.
■한, ‘박진 카드’로 손대표 파장 차단
한나라당은 이날 종로에 단독 신청한 박진 의원을 그대로 확정했다. 민주당이 손 대표의 종로출마를 총선 이슈화로 활용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그동안 지역구 관리를 꾸준히 해온 박 의원을 그대로 공천하는 이른바 ‘실용주의적 공천’을 접목시킨 셈.
손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나경원 대변인이 “찻잔 속의 미풍” “손 대표 출마를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haeneni@fnnews.com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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