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금품·향응수수 등 비위행위를 저지른 교직원의 명단 공개 방침을 반나절 만에 철회,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오전 비리교사 명단과 사례 공개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교사가 직무 중 금품을 받는다거나 과도하게 향응 접대를 받는 등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철퇴'를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비위교사의 명단 공개는 관련 법률도 없는데다 '이중처벌' 논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교직사회의 강한 반발이 이미 예상됐다.
시교육청은 이날 발표 당시 이번 계획이 법률적 기반이 미약하고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도 "이미 법률자문을 거쳤고 공개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까지 들었다"며 "별도 규정이 없어도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단 공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금품, 향응수수, 성폭행, 시험지유출 등 중대 범법행위를 저질러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고 개인의 명예·인격권 침해보다 공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개한다는 기준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소지를 들어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법적 한계점을 인정, 반나절 만에 자진 철회한 것이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 현장에 불법찬조금을 포함해 학교비리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적, 법적 처벌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너무 가혹한 처사인 명단 공개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 역시 "비위교사를 교직사회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찬성하지만 이중처벌 논란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이번 방침은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변호사 5명에게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모두 인권침해를 문제로 지적했다"며 "법적인 토대도 없이 교육감 지침으로 비위행위자라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교직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의 소지가 큰 문제를 의견수렴이나 제대로 된 법률 검토 등을 거치지 않은채 덥석 발표해놓고는 철회해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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