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임기가 만료된 롯데홈쇼핑 등기이사 2명의 자리를 태광측에 제공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긴장관계에 있던 롯데그룹과 태광측이 앞으로 협조체제로 전환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지난달 28일로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상호 아이즈비전 사장과 임일호 해덕기업 대표이사 대신 태광측 인사로 자리를 채우기로 합의했다.
등기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롯데측과 태광측 지분이 대부분인 만큼 이사회 결정이 그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사장과 임 대표이사는 지난 2005년 2월 28일에 이사로 등기된 바 있다.
이사회안이 그대로 승인을 받게 되면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사내이사의 경우 롯데측 신헌 대표이사(내정)와 이원우 롯데쇼핑 부사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 전무 등 4명과 태광측 허영호 태광관광개발 대표이사와 2명의 신임 이사 등 3명을 합쳐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임기를 마친 2명의 등기이사 대신 어느 쪽에서 자리를 채울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서 “회의 내용까지야 모르겠지만 일단 결정내용만 보면 롯데그룹측이 태광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분 5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된 만큼 의지대로 새롭게 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지만 태광측에 배려했다는 것.
롯데쇼핑은 지난 2006년 롯데홈쇼핑 지분 5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4개의 등기이사 자리 가운데 3개를 차지해 태광측의 불만을 사왔다.
롯데그룹측은 아이지비전측 이사 2명이 태광측 지분이라고 얘기했지만 태광측은 이들의 임기가 올해까지여서 실질적으로 배려가 아니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측이 태광측에 배정된 이사회 두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불안한 동거를 유지하던 롯데그룹과 태광측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태광은 롯데쇼핑이 롯데홈쇼핑의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우리홈쇼핑 최대주주를 변경해 롯데쇼핑이 회사를 인수하도록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한편 롯데홈쇼핑으로의 채널명 변경에 대한 안건은 이번에도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은 우리홈쇼핑으로 했지만 롯데쇼핑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홈쇼핑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채널명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에 대한 부분도 태광측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사명 변경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kskim@fnnews.com김기석 고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