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자재값 급등 ‘핑계’,제품값 부풀려 ‘폭리’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2 09:07

수정 2014.11.07 11:04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자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폭리를 취하는 얌체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품보다 외국 제품이 더욱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본지 조사 결과 가구, 원목마루, 벽지 등 인테리어 자재를 비롯해 정유, 제약, 호텔 레스토랑 음식, 화장품 등의 가격에 거품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가구업계는 정찰제를 실시하면서 가격 거품이 점차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대리점의 정찰가격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날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대리점을 취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화이트 가구 세트의 온라인 가격은 286만5000원. 여기엔 매트리스·거울·화장대 의자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매트리스를 비롯한 제품군을 추가했을 경우 정가는 400만원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350만원이면 이 모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계약금만 내면 350만원 이하로도 제품을 살 수 있다고 대리점측은 귀띔한다. 경쟁 브랜드인 B사의 대리점도 다르지 않았다.

인테리어 자재도 원목마루, 벽지, 욕실자재 수입제품이 국산보다 많게는 3배에서 적게는 1.5배가량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내 마루 유통업체는 "유럽산이라도 원목마루 원가는 20만원대다. 여기에 운임료(3.3㎡당 10만원)를 더해도 3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60만원을 받고 있다"며 수입 마루 업체를 비난했다.

기름값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유류세를 10% 낮춘 정부는 11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휘발류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유류세 인하 전 가격(ℓ당 1692원)보다 41원 내린 ℓ당 1651원이었다고 밝혔다. 경유는 ℓ당 1503원에서 1492원으로 21원 떨어졌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로 내린 세금은 휘발류는 ℓ당 82원, 경유는 ℓ당 58원이었다. 즉 휘발류와 경유 각각 41원과 27원이 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된 셈이다.

약값도 거품이 많다. 약값은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제조사들이 임의로 정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한 제약사의 백혈병 치료제는 미국에서 1캡슐에 1만2000원이지만 우리나라에 오면 2만3000원이다.

또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환자를 볼모 삼아 고가의 약값을 책정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 BMS사의 혁신적 만성골수성백혈병 신약 '스프라이셀'과 로슈의 새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이 그 주인공.

의류와 화장품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가격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화장품 원가는 매출액의 40% 수준.

또 제일모직, LG패션, FnC코오롱 등 국내 주요 남성복 빅3 업체들은 남성정장 가격에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봄 신상품부터 가격을 20∼30%씩 내렸다.
이 같은 거품 행진은 호텔 레스토랑 등 외식업체에도 만연되어 있다.

5대 거품 빼기 범국민운동본부 이태복 상임대표는 "국민생활의 어려움은 시기나 재정 탓으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가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원가를 근거로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거품을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특별취재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