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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나물 풍성 “봄 사러 오이소”

송동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3 16:24

수정 2014.11.07 10:53



경칩도 지나고 다음주면 춘분. 3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끝에 닿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그래도 마음은 시나브로 다가온 새 봄맞이에 설렌다. 5일장이 열리는 시골 장터는 봄전령사에 진배 없다. 장터 곳곳마다 봄나물 내음이 물씬거려서다.

전북 남원의 인월장은 지리산 자락에서 캐온 냉이, 달래, 두릅, 쑥 ,머위로 새봄맞이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주말 때묻지 않은 옛 시골장터의 정취와 푸근한 인정이 살아 넘치는 인월장을 떠나 보자.

시골 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장이 서기 때문에 장터의 제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인월장은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 장이 서는 날이면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물건을 사고팔며 인정을 나누는 그야말로 ‘영·호남 화합의 장터’로 변한다.

장터에 물건을 내다 파는 사람 절반은 남원 인월면과 경남 함양군, 그리고 남원, 구례, 곡성 등지 출신. 남원버스터미널 서쪽으로 연이은 70여 상가의 좁다란 길(일명 흥부로)을 따라 장이 들어선다. 장터를 기웃거리다 보면 경상도, 전라도의 투박한 사투리로 정감이 묻어난다. 좌판마다 따스한 지리산의 햇살을 받으며 자란 갖가지 봄 산나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장터에 팔려고 내놓은 것들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 겨우내 갈무리 됐던 녹두를 비롯해 동부, 서리태, 기장 등 곡식이며 메주와 묵나물, 장아찌 같은 밑반찬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더덕과 버섯, 곶감,말린 대추, 또 한쪽 구석엔 봄에 뿌릴 씨앗이며 호미, 낫 같은 농기구들도 톼리를 틀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철 만난 고로쇠물도 인기 품목.

이곳 특산물인 토종흑돼지는 여행객들로부터 각광. 한 푸줏간 주인은 “전국 면단위 가운데 정육점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토종 흑돼지는 친환경 발효사료만 먹이기 때문에 잔병이 거의 없고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해발 500m의 청정 고지대에서 키우는 데다 어릴 때 도축해 육질이 연하고 지방질도 적다는 것이다.

다리가 고단해지면 옛날식 다방에 들어가 차를 한 잔이다. 출출하면 순대국집이나 칼국수집이다. 양조장에서 직접 제조한 텁텁한 막걸리는 반주로 제격이다.

장터구경이 끝나면 인접한 인월면의 실상사를 비롯해, 남원시내의 광한루원, 춘향테마파크,그리고 사매면의 혼불문학관 등을 들려보자.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증각대사가 창건했다는 지리산 실상사는 산내면 입석리에 위치한 평지가람.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 등의 암자를 거느리고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보유하고 있다. 천왕문을 들어서 마주 보는 전각은 실상사의 큰 법당인 보광전이고, 그 동편에는 약사전, 서편에는 극락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춘향의 고장인 남원까지 갔다면 광한루원 산책을 하고 춘향테마파크는 필수 볼거리코스. 광한루, 삼신섬, 은하호수, 오작교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춘향전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 세트장도 그대로 남아있고 춘향을 소재로 한 시비 등도 여럿 세워져 있다.


작고한 소설가 최명희가 남긴 대하소설 ‘혼불’의 향기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사내면 서도리의 혼불문학관이다. ‘혼불’은 1930년대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의 종부 3대 이야기를 엮은 것으로, 소설 내용을 모형으로 재현한 10장면의 디오라마(효원의 혼례식,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액막이 연날리기,청암부인 장례식 등)는 작품의 이해를 넘어 감동과 흥미를 선사해 준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사진설명=인월장터에서 한 노점상이 봄내음이 묻어나는 갖가지 봄나물과 먹거리를 좌판에 놓고 팔고 있다.

■여행메모

-문의/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3 인월면사무소:(063)620-6614

실상사:(063)636-3031 혼불문학관 :(063)620-6788 춘향테마파크:(063)620-6836

광한루원:(063)620-6831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탐방안내소:(063)625-8911

-대중교통

<기차>전라선, 서울(용산)-남원 하루 10여회 운행

<버스>동서울-남원 직통 하루 3회, 동대전-남원 직행 하루 7회 운행

<승용차>서울-남원/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17번국도-임실-남원-운봉읍-인월면

부산-남원/남해고속도로 진주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인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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