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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악재→트리플 약세→한국경제 약골 ‘악순환’



13일은 지난해 11월 금융시장 패닉을 연상시키는 하루였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외환 채권시장에서는 외환 스와프시장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장세를 이어갔다.

주식시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43.21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1차적 원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가시지 않았고 더욱이 신용위기의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헤지펀드가 손실을 못이겨 청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소식도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달러라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주식 매도→달러 환전→환율 상승→채권금리 상승(채권값 급락)’이라는 순환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가와 원화값, 채권값등이 ‘트리플 약세’를 보인 것이다.

■증시, 매물 폭증…위기 진행 중

이날 칼라일캐피탈이 부도에 직면했다는 소식에 놀란 코스피지수는 43.21포인트 하락한 1615.62로 마감했다. 지난 1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이날 외국인은 4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장중 코스피지수를 1610선까지 끌어내렸다. 트리플위칭데이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매물 출회는 제한됐지만 기관도 1200억원이 넘는 매도 우위를 보이며 낙폭을 키웠다.

FRB의 2000억달러 유동성 공급 호재가 하루만의 반짝효과로 그친 데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막아선 데다 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 여파도 컸다. 이날 중국 상하이 지수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장중인4000선이 무너졌고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4%가량 동반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외부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증시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주 미국 주요 투자은행 실적발표가 기다리고 있어 또다른 위기가 올 수 있는 지적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확대로 주말 또는 다음주 FOMC회의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다음주 19∼20일 발표되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베어스탠스 1·4분기 실적은 지난 4·4분기보다 실적이 악화될 수 있어 또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달러 수요 너무 강해

환율은 10일째 상승세다. 지난 2006년 1월 20일 986.80원 이후 2년 2개월만 최고 수준이며 980원대로 복귀한 것은 같은 해 3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10일째(거래일 기준) 상승한 것은 97년 12월 자율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10거래일간 상승폭은 45.90원에 달한다.

환율 상승은 달러 수요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주가 약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기 때문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센터 과장은 “환율 상승이 다소 주춤했던 어제와 상황이 정말 다르다”며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거리낌 없이 달러로 환전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에서 달러 부족 경보가 강하게 울렸다. 달러화교환비율(CRS)과 원화교환비율(IRS)의 금리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1년만기 CRS와 IRS 금리 격차는 지난해 말 -2.54%포인트에서 1월 말 -1.85%포인트로 줄었다가 이날 -2.80%로 벌어졌다. 금리격차 확대는 외화조달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금융시장이 패닉에 직면했을 때 최고 -3.30%까지 뛰어오른 후 최고다.

■채권시장, 지난해 악몽 재연되나

환율 상승과 스왑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과 같은 채권시장 혼란이 재발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일 축소되는 듯했던 스왑베이시스가 재차 확대되자 채권시장에서는 스와프시장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이날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이날 증권업협회 채권시황에 따르면 지표물인 국고채5년 금리는 전일보다 0.10%포인트 상승한 5.31%를 기록했다.
회사채(무3년)AA-도 전일보다 0.08%포인트 오른 6.24%를 기록했다.

환율시장과 연계된 채권시장의 혼란이 이처럼 가중되자 지난해와 같은 채권시장이 혼란이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채권연구원은 “미국발 신용경색 위험이 국내에서는 시장 위험으로 나타나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등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지난해 채권시장 혼란은 연말이어서 금융기관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때와 달리 현재 은행권들이 확보하고 있는 유동성도 풍부해 그때의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김승호 이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