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슈퍼뱅크’ 설립설에 은행 초긴장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3 22:34

수정 2014.11.07 10:51

국책은행과 우리은행을 묶는 슈퍼뱅크 설립안이 정부측에서 제기되면서 시중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대우증권의 총자산규모는 540조원으로 신한금융지주(280조원)와 국민은행(232조원)을 합쳐 놓은 것보다 규모면에서도 앞선다. 금융업계에 절대강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그동안 '메가 뱅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우리금융지주는 희색이 만면한 반면 금융업계의 맹주자리를 놓고 몸집 불리기 경쟁이 한창인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시장지위 약화 우려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3일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 통합안 등 특정안을 놓고 검토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 통합에 무게를 두고 향후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우리 희색 vs 국민, 신한, 하나 긴장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분할 매각해 민영화하는 것과 통합 후 슈퍼뱅크를 탄생시켜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은 업계 판도 변화에 가져올 파급 효과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개별 매각하면 국민, 신한, 하나 등은 현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통합매각은 이들 은행에 시장 지위 약화는 물론 슈퍼뱅크와 경쟁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겨준다.

민간 금융지주 A사 관계자는 "거대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현실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수 있을지, 향후 민영화에는 어떻게 작용할지 두고 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민간 금융지주 B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만 합쳐 놓아도 위협적인 존재"라며 "국책은행 통합안이 공식화돼 구체적으로 추진된다면 대응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메가뱅크는 필수"라며 "이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빅뱅 한층 가속화될 듯

통합안은 금융업계의 인수합병(M&A)을 한층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M&A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국민, 신한 다음의 시장 지위가 고착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업계 1위를 수성하려는 국민은행과 이를 넘어서려는 신한금융지주 간의 인수합병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을 비롯해 외국계 은행까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통합안이 외환은행 몸값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공정위 승인을 얻었지만 이는 과점체제 여부만을 판단하는 형식상의 승인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매각 성사를 좌우할 금감위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외환은행은 HSBC와 계속 딜을 할 것인지, 새로운 곳과 딜을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외환은행도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승인이 나지 않으면 HSBC보다 인수가를 높이 제시하는 곳과 우선 협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외국계 은행들도 통합안 후광효과로 덩달아 몸값이 치솟을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은행이 나온다면 시중은행들의 인수합병이 크게 진전될 것"이라며 "1순위는 외환은행, 2순위는 외국계은행으로 이들에 대한 국민, 신한, 하나의 인수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