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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고유가 덫에 걸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3 22:34

수정 2014.11.07 10:50

새 정부 경제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3주 만에 국제 유가가 무려 10%가량 급등하는 등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데다 정책에 대한 실효성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고용시장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정부 성장정책 물거품 위기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 110.20달러를 기록하는 초강세를 나타낸 끝에 배럴당 109.9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다시 바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주 만에 국제 유가가 10%쯤 급등한 셈이다. 또 대선 당시였던 지난해 12월 중순의 국제유가인 배럴당 90달러에 비해서는 20달러나 올랐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물가 불안과 함께 경제성장률도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증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유가가 연평균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분석결과를 적용할 경우 신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순수하게 국제유가 상승요인만으로도 0.7%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때 전제조건으로 내놨던 연평균 유가와 요즘 국제가격과 격차는 더욱 크다. 당시 한은은 2008년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측하면서 전망의 주요 전제조건으로 원유도입 단가를 연평균 81달러로 예측했다.

연초 이후 지난 12일까지 WTI 기준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96.21달러, 최근 유가는 110달러다. 비록 원유도입 단가와 WTI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은이 전제로 했던 유가와 비교할 경우 올들어 3월 중순까지의 평균 유가는 배럴당 15.21달러(19% 상승)가 높고 최근 유가와는 배럴당 29달러(35% 상승)쯤 차이가 난다.

유가 요인만으로 경제성장률이 0.7%포인트에서 1%포인트쯤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한은의 2008년 성장률 전망치 4.7%에 적용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4.0% 또는 3% 후반 수준으로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 경제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한은의 당초 예상치 4.7%보다 훨씬 높은 6% 수준이다. 신정부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축으로 한 많은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유가 상승 탓에 이런 정책들이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 실효성도 논란

성장률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신정부로서는 골치다. 지난 10일부터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수요자들이 느끼는 효과는 반감돼 있다. 수요자들이 ℓ당 50원 올라갈 기름값이 오히려 50원 하락했다고 여겨주기를 바라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더욱 문제는 최근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조만간 유류세 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게 된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철, 철근 등의 사재기를 단속한다고 나섰지만 이미 알려진 탓에 단속 효과는 거의 없고 일할 시간만 빼앗았다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게다가 현장 중심의 실용정부가 강조되면서 현장을 찾는 장관들의 발길이 잦아졌지만 전시행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신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경우 앞으로 경제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게 될 수 있다.

아울러 지난달 신규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21만명에 그칠 정도로 고용시장이 침체돼 민간소비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또 2월 소비자기대지수가 전월보다 2.8포인트 하락하는 등 신정부 기대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점도 신정부 경제팀으로서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등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정책의 실효성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퇴근을 미루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사실상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긴장감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책적 대안은 별로 많지 않아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