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자리 버티기’ 속의 공기업 경영평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6 17:17

수정 2014.11.07 10:45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대형 공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경영평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공기업 24개사와 준정부기관 77개사 등 10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경영평가 지금까지의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등급이 갈리고 기관뿐만 아니라 사장 개인도 평가 대상인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6월 초에 평가결과에 따라서는 현재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장의 거취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영평가가 이른바 ‘친노 기관장 몰아내기’를 위한 카드로 보는 까닭이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말하면 임명권자가 바뀌면 아무리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었다 하더라도 재신임을 묻는 것이 도리다. 사기업이라도 사주나 최고경영자가 바뀌면 임원들은 재신임을 묻는 것이 관례인데도 유독 이 시점의 공기업 기관장이 법을 앞세워 버티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공기업 역할 가운데 정부 정책의 직·간접 집행과 지원임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물러나거나 재신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는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이러한 사회적 관습과 공직 사회의 전통을 외면하면서까지 자리를 지킨다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한번 심각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공기업 경영평가를 기관장 물갈이 방편으로 동원하는 것을 대놓고 나무랄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어 온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이 이처럼 ‘법이 보장한 임기’라는 형태로 마침내 정권 차원으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공기업을 비롯하여 정부 산하 기관장 발탁에는 정치적 배려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적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으로 곤욕을 치르는 현 정부의 또 다른 사명이라고 봐 틀리지 않는다. 해당분야 전문가라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반드시 물러날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버티기 파동’을 낙하산 인사 관행 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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