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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테마섹 가능한가



정부투자 공기업들을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고 금융회사들을 별도의 금융지주로 묶는 정부의 방안이 자칫하면 ‘몸집만 거대하고 운용은 방만한’ 공룡을 키우게 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를 본따 만든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 규모를 대폭 늘리고 공기업 지주회사들을 싱가포르 테마섹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불투명과 불확실의 대명사’격인 싱가포르를 따라하는 데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지주회사로 공기업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을 함으로써 오히려 육중한 몸집 키우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 자산 규모 이상의 거대 은행의 탄생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인데 이는 금융업계 전반에 몸집을 키워야겠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이러한 논리에 발맞춰 인수합병을 거듭해왔고 그 가운데 생기는 진통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입지는 빈약한 편이다.

한 민간연구원의 관계자는 “덩치를 키우는 것은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하나의 필요조건일뿐”라면서 “테마섹의 외형만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그 내부의 운용 인력 등 소프트웨어를 주의깊게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테마섹의 연평균 18% 수익률의 허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의 높은 연간 수익률은 지난 25년간을 평균으로 산정한 것으로 설립 후 오랫 동안 테마섹과 GIC는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지분과 잉여 자산을 갖고 해외 각국에 투자하면서도 수익률과 자산 등을 공개하지 않는데 대한 비판에 노출된 양 기관은 그동안의 누적 수익률을 기간으로 나눈 연평균 수익률만을 공개했다.

일부 기간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하더라도 이를 알 수 없도록 모호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테마섹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람키센 라잔 교수는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관 성공의 상당부분은 장기투자를 한 때문인데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연간, 분기별 실적을 답변해야 하는 야당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앤더스 아스런드 피터슨 세계경제연구소 박사는 “싱가포르의 경우 독재주의 국가로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테마섹과 GIC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결코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기업 지주회사 방안이 신정부 출범 초기의 불완전한 계획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부는 출범 초기의 각종 계획들이 다소 미흡하고 불안정하다”면서 “지금 당장은 아이디어 수준으로 아마도 시간을 거쳐서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국부펀드들이 성공한 나라들은 정치적 후진국인 경우가 많아서 한국의 KIC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충분한 결과를 보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한국형 테마섹의 소프트웨어 부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싱가포르의 GIC와 테마섹은 직원들의 4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5개 이상의 다른 국적을 가진 외국 인재들이 오로지 성과에 기반해 평가받고 보상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이 공기업 출신의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외국인 직원들을 적극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