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모임에 산다 동·호·동·락] 코오롱건설 ‘공감’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6 18:57

수정 2014.11.07 10:44


주위 사람이나 현상이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 느낌은 일체감이나 동일감과는 다르다.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작렬하는 태양, 저물어가는 가을빛, 새하얀 겨울 산 등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당신이 느끼는 그 감정을 나도 느끼는 그것이 공감(共感)이다.

삭막한 건설회사에 ‘공감’이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코오롱건설의 사내 동호회인 ‘공감’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윤지영 주임(25)은 연초라 일은 많지만 나날이 즐겁다. 이번에는 배우 조재현씨가 프로그래머(총괄제작자)로 연극무대에 올릴 예정인 ‘리타 길들이기’ 때문이다.
윤지영 주임은 조재현씨가 프로그래머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시리즈 ‘연극열전’의 ‘광팬’이다. 대학로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연극열전 시리즈 ‘늘근 도둑이야기’도 이미 섭렵했다.

"26세의 주부이자 미용사인 리타라는 여성이 무기력증에 빠진 중년의 문학교수 프랭크와 나누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교감을 그린 연극이에요. 이번에는 한 열명 정도가 같이 보러가기로 했는데요.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죠".

연극과 함께 그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공연 뒤 이어지는 뒤풀이다. “사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뮤지컬은 물론 연극도 혼자 보러가기는 그렇잖아요. 동료들과 함께 가면 공연 뒤 저녁을 먹으며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요”라고 윤 주임은 공감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건설회사의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공연 관람 동호회 ‘공감’. 회원은 남녀를 포함해 61명 정도지만 속내를 보면 코오롱건설의 여성 대표 동아리다. 이 회사의 전체 여직원 61명 가운데 3분의 2가 가입했다.

여성회원이 많다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단다. 지난해 말에는 스물아홉살 여성들의 사랑과 삶을 그린 뮤지컬 ‘싱글즈’를 보러 갔더니 참석한 회원이 모두 싱글이었다고.

하지만 매번 여성들만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많지만 연령대는 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해요. 애인도 데리고 오고 부부들도 같이 와서 식사하고 얘기도 하고 사랑방 같은 분위기예요”라고 윤 주임은 자랑했다.

이런 분위기가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아직도 공감을 찾는 열성 팬(?)이 있다. 이미 퇴사한 지 2년이 넘은 황연주씨(28)는 지금도 공감 모임에 앞장선다. 그는 “건설회사 하면 현장의 남성들을 떠올리고 삭막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데요. 분위기는 만들어가기 나름 아닌가요”라며 “모임을 처음 주도한 전임 회장으로서 남다른 애착도 있지만 사람들이 좋아 매번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높이 평가해 퇴사한 그에게 정회원의 자격으로 매달 공연관람 비용을 대고 있다. 말하기는 쉽지만 같은 느낌을 갖기가 쉽지 않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공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다.


/victoria@fnnews.com이경호기자

■사진설명=코오롱건설 공연관람 동호회인 '공감'의 윤지영 회장(뒷줄 왼쪽 두번째)과 회원들이 지난해 뮤지컬 '컨페션'을 관람한 후 출연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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