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PC방 HP컴퓨터가 사라진다

오랫동안 PC방 수요를 독차지해 온 휴렛팩커드(HP) 데스크톱PC가 PC방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HP는 PC방을 대상으로 한 리스사업으로 PC방 시장을 거의 장악하는 등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으나 이후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브랜드 PC가 이를 급속도로 대체하면서 시장에서 거의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현재 PC방 데스크톱 컴퓨터는 전국 최대 2만개 업소에 150만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시장 규모 때문에 PC방 시장은 국내 PC 제조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의 PC방 시장 점유율은 70% 정도. 여기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대기업 브랜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삼보가 절대강자였던 HP와 자리바꿈을 한 것. 나머지 시장을 중국산 등 조립PC가 분할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업체 간 처지가 뒤바뀐 것은 HP가 주도하는 리스제품보다 국내 메이커들의 렌털제품이 가격 등의 조건에서 더 좋았기 때문. PC렌털의 경우 장비 구입비를 분할 납부하는 리스 방식에 비해 제품유치 비용이 20% 이상 낮은 실정이다.

특히 PC관리나 유지보수에 필요한 서비스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또 개설 후엔 1년 단위로 장비를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여기에다 PC방 특성상 주요 고객층인 청소년이 국내 제조업체 제품을 선호하는 점도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최대 렌털업체인 한국렌탈 정성욱 팀장은 “PC방 대상 렌털사업을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며 “정보기술(IT) 기기시장의 경우 렌털형 품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형편에도 불구, 현재 HP는 렌털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HP 김대환 이사는 “기존 거래 리스업체와의 계약 등 제약이 있어 렌털 업체로의 변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PC방 시장이 지나치게 저가 위주로 형성되는 탓에 추가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오히려 PC방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2년마다 돌아오는 PC 교체주기여서 PC방 특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렌털업체를 통해 공급하던 PC방 물량을 지난해부터 월 3000대에서 올해는 월 1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도 월 3000대 수준이던 공급량이 올 들어 월 5000대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의 PC방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win5858@fnnews.com김성원기자

■사진설명=최근 PC방 데스크톱PC가 교체기를 맞으면서 제조업체들이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B2B 시장 확대를 선언하고 나선 삼보컴퓨터 공장 생산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