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기재부·금융위·한은,헤게모니 주도권 확보 ‘신경전’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6 22:48

수정 2014.11.07 10:43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출발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 리스크를 조사, 관리하는 부서가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부처마다 거시경제·금융·통화정책을 논의 과정에서 헤게모니(패권)를 쥐기 위해 금융시장의 조사·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금융시장 ‘파수꾼’ 주목

금융시장 ‘파수꾼’을 자처하는 관련 부서 및 기관들이 주목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자금시장과, 금융위원회의 금융시장분석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국이 바로 그곳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서로의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금융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분석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자금시장과는 경제정책국 아래 신설되는 부서이다.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꼼꼼히 챙기면서 거시경제 운용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나 한국은행 등 주요 정책 상대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기획재정부 차관의 업무를 보좌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자금시장과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를 연결하는 의사소통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만수 기재부 장관 역시 업무보고에서 금융위원회 소관인 금융현황까지 보고할 정도로 금융시장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 금정국의 미니 축소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때문에 과거만큼은 못 하겠지만 거시경제운용에서 금융부문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분석과 대책 수립 등이 주요 임무라는 점에서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펼쳐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시장분석과를 책임지는 최훈 과장은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재경부 금융허브협력과장, 증권제도과장 등을 지낸 인물로 정책과 실무에 정통한 기획통으로 알려져 3개 부처 인물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에는 금융시장국이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통화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공개시장조작을 포함해 통화, 단기자금, 채권, 주식 등 국내 금융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국내외 금융정보의 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봄 정기인사 이후 실시한 부서 내 인사에서 김성민 부국장을 시장국 부국장으로 발령하는 등 팀장들이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다. 김성민 부국장은 ‘자금시장통’ ‘통화 이론가’로 불리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리한 대립각보다 보완과 균형 필요

기재부와 금융위는 여러 부처 기능을 통합해 만들어진 거대 신설 조직이다.

겉으로 드러난 금융정책의 주도권은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강만수 장관 취임으로 ‘콘트롤타워’ 기능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시장정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금정국’이라 불리는 자금시장과 역시 통화, 자금, 금리 등 자금시장 동향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으로 전망돼 관치도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금융시장에 대한 조사·분석 업무의 축은 금융위다. 다년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분석을 통해 주요 정책을 직접 다룬 만큼 따라올 수 없는 성역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조사와 분석 시스템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시장을 읽는 안목이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도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에서 빠지지 않는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들 파수꾼들의 역할 여하에 따라 금융시장의 헤게모니(패권)를 쥘 수도 노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조직 개편으로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힘겨루기가 예상된다”면서 “시장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의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자칫 지나친 경쟁이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mh@fnnews.com김문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