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900원 초반에서 지난 14일에는 997.30원으로 1000원 시대를 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환율이 언제든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환헤지를 준비 중이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환율의 급등락이 더욱 거세질 것에 대비해 환헤지나 결제통화의 다변화 등 단기대책에서 현지생산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중장기 대책에 이르기까지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환위험에 적극 대비하는 수출기업은 임원과 실무진들이 망라된 환 관리 운영위원회를 매달 개최하면서 환헤지 전략 수립에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매출헤지’를 통해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수입과 비용 그리고 수출을 그나라 통화로 동일하게 처리해 환리스크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철광석을 들여오면 호주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호주에 지불하고 철강제품 수출가격도 호주달러를 기준으로 해서 받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을 수입하고 이를 가공해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수출입이 병행되고 있어 기본적으로 환율리스크가 적다”면서 “이 같은 매출헤지를 통해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환율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선물환거래를 통한 100% 환헤지를 통해 수익률을 고정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선물환거래를 통한 환관리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이미 수주해 놓은 선박의 수익률에 변화는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환관리와 더불어 조선업계는 제조업의 본질인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환변동 변수와 상관없는 경쟁력을 갖춘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 수주할 선박들은 환율급등에 따라 수주이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보게 되므로 대표적인 수출업체인 조선업체들은 환율이 오르면 유리하다”면서 “그러나 환율 급등락에 대비해 100% 환헤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전체적으로 환율이 1원 오르면 연간 기준 20억원 정도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 도입계약 3개월 이후에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계약한 원유가 현재 수입되고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로서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강한 수출드라이브와 환헤지를 통한 충격 완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많기 때문에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을 노리고 있다. 또한 환헤지 금융상품을 통해 환차손을 감소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는 수입 및 수출의 결제 통화를 다변화해 근본적인 환위험관리 도입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달러 중심의 결제통화를 유로화나 기타 통화로 넓히는 식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 철강, 기계 등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경영 차질을 중장기적으로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생산 확대를 늘리고 부품 공급도 해외 아웃소싱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구체안들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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