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중견 조각가 작품 나란히 전시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7 08:20

수정 2014.11.07 10:43


■중견 조각가 국경오·이길래 조각전

지방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조각가 국경오(44)와 이길래(47)가 서울에서 나란히 전시회를 개최한다. 고향의 정서를 물씬 느끼게 하는 ‘촌놈’ 조각가가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전북 익산의 국경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골프천재’ 미셀 위의 역동적인 골프동작을 모델로 한 ‘골프조각’전을 오는 29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열고 있다. 또 충북 증평의 이길래는 동파이프 단면으로 소나무의 질감과 형태를 고스란히 살려내 회화같은 느낌을 주는 ‘나무, 근원적 형상’전을 19일부터 오는 4월20일까지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02-736-4371)에서 개최한다.

조각가 국경오가 골퍼 선수들의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기로 한 것은 3년여전. 한 골프장의 작품 의뢰를 받고 작업에 뛰어들었으나 골프 문외한인 그로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늘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예술가의 자존심이 발동해 골프교습가의 도움을 받으며 골프 스윙의 섬세한 포즈를 해부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3년에 걸쳐 남녀 프로 골퍼들을 모델로 하여 작품제작에 도전한 끝에 국내 처음으로 골프조각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는 브론즈 또는 합성수지를 주재료로 만든 높이 2m의 골퍼상이 영상 속의 동작을 캡처해낸 것처럼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7개의 힘차고 연속된 골프동작의 모습으로 선보인다. 특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재현해낸 작품은 조각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골프교습 교재로서의 가치도 있다.

국경오는 이번 전시에서 1전시실의 골프조각과는 별개로 2전시실에 인간애를 향한 순수한 조형적 모색을 한 인물조각상을 전시하고 있다. 모자(母子), 가족, 여인, 아이, 소녀 등이 두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턱을 괴고 꿈을 꾸는 것 같은 모습이다.

국경오가 골프조각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면, 이길래는 회화같은 조각으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무, 근원적 형상’전에는 3m 높이의 커다란 형태에서 느껴지는 육중한 질량감과 동양화의 붓 터치와 같은 유연한 흐름을 동시에 담아낸 조각과 설치 작품 18점과 조각의 밑그림으로 작업한 드로잉 17점이 전시된다.

조각가 이길래는 수천 수백개의 동파이프 절단면을 용접기법으로 이어 붙여나가면서 구부러진 노송의 형태를 재현하고 있다. 소나무가 우거져 있는 숲을 표현하거나, 인간의 몸짓을 닮은 소나무나, 유기적인 생물체의 형태를 한 소나무를 완성했다.

동파이프를 절단해서 만든 ‘인공적인’ 소나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꺼칠한 소나무의 질감을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실제 소나무를 빼닮았다. 특히 소나무의 형태를 부조로 만든 작품은 마치 입체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사비나미술관 황정인 큐레이터는 “이길래의 작품은 속이 꽉찬 중량감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조각과는 달리, 대상의 윤곽에 초점을 맞춰 속이 비어 있는 형태로 제작된다”면서 “안과 밖의 경계가 없고 주변 공간의 상황이 바탕색이 되면서 마치 선과 점이 겹쳐져 하나의 큰 형태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에 제대로 된 조각전이 드문 상황에서 이번 두 중견 조각가의 전시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한편 사비나미술관은 이길래의 작품 제작과정을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전시연계 프로그램 ‘소망트리 만들기’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30분에 운영할 예정이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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