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어떤 뮤지컬들은 지나치게 달콤하고 환상적이기만 해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기 보다는 잠시 짧은 시간동안 환상의 나라를 다녀온 기분을 들게 한다. 오는 4월 9일 500회 공연을 맞게 되는 ‘맘마미아!’는 볼 때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을 이렇게 구석구석 잘 표현했는지, 인생의 이런저런 부분들을 참 잘도 조명했다 싶다.
아바의 세계적인 히트곡 22곡의 아름다운 가사와 음악들도 한몫 했을 테고 2004년 초연부터 무대를 함께 지켜온 배우들의 호흡, 무엇보다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우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맘마미아!’의 가족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의미를 배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으려는 예비 신부의 소동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맘마미아!’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유대가 공연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젊지도 않고 너무 늙지도 않은 40대의 중년에 도달한 6명의 사람들, 그들은 아직 인생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미래를 바꿀만큼 용기도 없지만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는다.
갑자기 나타난 옛 남자친구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도나에게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거야’라고 위로해주고 함께 오래전 젊은 날의 무대 의상을 꺼내입고 공연을 하며 ‘밀려드는 세금 때문에 하루 종일 일만해, 나에겐 동전 한푼 남아있질 않아’라고 힘겨운 삶을 토로하는 도나를 이해하는 것도 친구들이다. 20년을 기다려온 샘이 갑자기 나타나 청혼을 하자 뒤늦은 사랑에 고민하는 도나에게 이를 받아들이라고 부추겨주는 것도 역시 그 친구들이다.
결혼을 앞두고 여러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소피에게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하는 것은 엄마인 도나이며 ‘헤어진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나, 너는 너 그게 최선이다’라고 조언해주는 것은 3명의 아빠 후보중 한 명인 샘이다.
힘든 삶을 개척하느라 억세고 거칠어진 도나에게 20년 전의 도나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는지를 일깨워주면서 ‘조금만 더 예전의 도나같기를, 조금 더 상냥한 신부의 엄마가 되기를’ 해리는 부탁하고, 도나는 ‘쫀쫀한 은행원(해리의 남자친구에 따르면)’인 해리가 그녀의 추억 속 영웅임을 일깨워준다.
‘맘마미아!’를 보고 있으면 젊은 시절의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지, 함께 인생을 헤쳐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도나 역의 이재영은 세 명의 옛 남자친구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판단할 기준에는 적합하지만 돈과 일에 찌들어 사랑의 감정조차 시들어가는 역할을 하기엔 너무 젊다는 느낌이다. 돈에 대한 집착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박해미의 삶에 찌든 듯한 느낌이 훨씬 강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랫동안 타냐와 로지를 연기한 전수경과 이경미의 매력은 여전하고 샘의 성기윤과 빌의 박지일도 친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소피 역의 이정미는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다소 발성이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mchan@fnnews.com한민정기자
*사진설명 : 90년대 댄스가수로 활동했던 이재영(가운데)이 여주인공 도나 역을 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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