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7일 유력 용의자 정모씨(39)가 13시간여에 걸친 추궁에도 알리바이를 대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씨가 이양 등의 실종 당일(지난해 12월 25일) 오전 산본역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해 잠을 잤고 오후 6시 일어나 대리운전을 위해 명학교 육교 주변에 있다가 일이 없어 9시에 들어왔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 정씨가 렌터카 대여일이 (이 양 등이 실종된)당일인지, 다음날인지 잘 모르겠다며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양 등의 혈흔이 발견된 뉴EF쏘나타 렌터카 회사측의 대여기록에 따르면 정씨가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9시50분에 이 렌터카를 빌린 뒤 이튿날 오후 3시15분에 반납한 것으로 돼 있다.
한편 실종된지 70여일만에 암매장된 주검으로 돌아온 이혜진양(11)의 영결식이 17일 오전 생전에 친구들과 뛰놀았던 모교인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전교생 9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운동장에서 열린 영결식은 그동안 혜진이를 찾기 위해 누구보다 동분서주했던 이윤형 교장의 추모사로 시작했다.
이 교장은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던 혜진이가 이제 우리 곁을 영영 떠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며 “어린이들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대표로 나선 혜진이의 단짝 친구 조미주양(11)은 떨리는 목소리로 “혜진아..너와 함께 뛰놀던 공원, 교실, 운동장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교실에는 아직도 네 사진이 그대로 있는데..너만 없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노래를 좋아해 가수가 꿈이었던 혜진아..부디 하늘나라에서라도 맘껏 노래부르며 행복하게 지내”라며 눈물을 쏟아내자 참석자들이 눈물바다을 이루었다.
혜진이의 영정을 들고 영결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단짝의 추모사에 이어 반 친구들의 헌화와 묵념이 이어지자 새삼 슬픔이 복받치는 듯 서럽게 울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작업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며칠째 못 깎은 듯 수염이 자란 모습으로 참석한 혜진이 아버지는 혜진이 동생인 둘째 딸의 손을 꼭 잡은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가족들은 영정을 들고 혜진이가 공부했던 4학년 3반 교실과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새로 배정했던 5학년 3반 교실을 들렀다.
혜진양 어머니는 빈 책상에 영정이 놓이자 책상을 부여잡고 “혜진아..”라고 오열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학부모들과 안양시민 200여명이 참석해 혜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안양=jwyoo54@fnnews.com 유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