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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섭 기자의 ‘병실체험 24시’] <1>진료는 의사가 설명은 네이버가?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7 17:00

수정 2014.11.07 10:39



본지 노종섭 생활경제부장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서울 화양동 건국대병원에 입원,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 후 담낭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노 부장은 치료하는 동안 의사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입원환자와 그 가족들의 애환, 수술대에 오른 심정, 진료를 둘러싼 환자가족들의 대화 등을 기록했다. 본지는 노 부장의 ‘병실24시’를 5회에 걸쳐 게재한다.

눈동자가 노래졌다. 피부도 노란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통증은 없었다.
선후배들이 병원 가보라고 다그치지 않았다면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지겠지’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이러다 병 키우겠다 싶어 지난달 26일 회사 근처 내과를 찾았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대기실에 있는 TV는 가정의학,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의 증상에 대한 안내를 계속했다. 예로 드는 것을 찬찬히 뜯어보다보니 모든 질병에 조금씩은 걸린 느낌이다.

마침내 ‘노종섭님, 들어오세요’하는 간호사의 부름이 있었다. 의사는 각종 진단을 하더니 처방전을 내려줬다. 진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의사에게 전날 약사한테 들었던 ‘위가 부은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더니 영 내키지 않아 한다. 진료를 하는 의사님한테 왜 약을 제조하는 약사가 한 얘기를 하냐는 식이다. 불쾌하다는 느낌이다.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들러 3일치 약을 지어 복용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황달은 더욱 심해졌다.

3월3일 다시 내과를 찾았다. 의사는 간이 의심된다며 초음파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에 앞서 그는 황달에 대해 설명했다. 의사는 내 의자를 앞으로 잡아당긴 뒤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고 네어버 지식검색in란에 ‘황달’을 쳤다. ‘황달은 왜 생기는가’, ‘원인과 치료법은’ 등등 황달에 대한 모든 것이 총망라돼 있었다.

의사는 네이버 지식in에 나열된 황달 관련 지식을 나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의사는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간은 이상이 없고 담석이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놨다.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사는 다시 네이버 지식in에 ‘담석’을 쳤다. 담석의 종류, 원인, 치료법 등 모니터에 적힌 글을 읽는 식의 설명이 또 이어졌다.

의사는 다소 의아해하는 나에게 “담석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다 나와요. 굳이 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라며 웃었다.


네이버에서 접한 담석 관련 지식은 의사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전문용어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해석해놓았고, 의사 뿐만이나라 담석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사례를 올려놓아 관련 지식 뿐만아니라 경험까지도 접할 수 있다.


‘약은 약사에서,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의약분업 당시의 표어가 ‘진료는 의사에게, 설명은 네이버에게’라는 말로 덮혀 스쳐 지나갔다.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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