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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도시경제 살린다” 오세훈 서울시장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서울시민이 명실공히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즐기는 도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생활 속에 문화예술을 접하도록 함으로써 창조성을 길러주고 문화의 컨셉트로 서울을 먹여살리는 것이 문화시정의 요체입니다.”

주민 투표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면 ‘청계천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가시적인 성과에 목을 매기 일쑤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굵직한 무엇 하나를 해내야 임기 중 치적으로 평가받고 향후 그의 진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 단체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힘든 ‘문화’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혁신, 내지는 변화 없이 살맛나는 서울시를 ‘창조’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 실천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그를 만나 서울시정에 대한 평소 생각과 향후 전략 등을 들어봤다.

―시장 취임 1년 8개월이 지났는데 가시적인 시정성과는.

▲시정 초기 우선 직원들이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때문에 인사시스템을 손보지 않을 수 없었다. 위에서 좀 끌어올리고 밑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첫 인사의 실행이 그런 것이다. 통상 11년 걸렸던 승진연한을 열심히 일을 하면 6년 5개월 만에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사 시스템은 서울시 본청에 머물지 않고 출연기관에도 이미 영향을 미쳐 실행단계에 들어갔다. 중요한 변화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걸 꼽고 싶다.

―당초 퇴출시스템 도입 등 서울시의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이 거론됐을 때 사회적 파장이 컸는데 현재 상황은.

▲물론 노조가 지난해 인기주의, 퍼퓰리즘이라는 등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많은 부문에서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 특히 이번 발탁인사 결과에 대해 직원들 역시 누가 열심히 일하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이의가 없었던 것 같다. 결과에 수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고 어느 정도 수긍한 게 아닌가 싶다.

―컬처노믹스, 즉 문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세계적인 트렌드다.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먹고 사는 데 경도돼 있었기 때문에…. 특히 서울시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일종의 ‘청계천 신드롬’ 여파다. 이 때문에 (컬처노믹스가)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시민들이 취임 초에 많았다. 그러나 이제 많이 정착됐다. 이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도시를 문화의 컨셉트로 먹여 살려야 할 때다. ‘문화의 컨셉트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세계 어느 도시든 구사하는 전략이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든지 경제를 살리는 데도 이제 문화가 기여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을 조금 넘은 지금 단계가 가장 적기라고 본다.

문화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고 그것이 문화의 영역에서 충분히 녹아들어가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퍼블릭 섹터의 역할이다. 많은 시민고객들이 문화를 접하고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정부가 컬처노믹스를 제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시가 처음으로 화두로 내걸고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다. 문화는 삶의 질하고도 직결된다. 또 앞으로는 창조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접하지 않고 어떻게 창조성을 기를 수 있겠는가. 임기 중 문화·창의·소프트웨어 이런 것들을 중단없이 실행해갈 생각이다.

―여의도를 금융메카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중요한 시정의 하나인 것 같은데 선진도시와의 경쟁력 채비를 위해 설정해둔 기본적인 방향이나 운용계획이 있다면.

▲금융도시를 만드는 데 여러 가지 세제상이나 행정정보 지원, 이런 것은 기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런 데 그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신정부 들어 규제완화가 중요한 화두인데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아무리 규제 완화하고 세제지원을 해도 안 들어오는 사람들은 안 들어온다. 특히 서울 생활이 고달프면 더 그렇다. 화이트컬러들, 그 사람 자체가 자원이고 그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 산업이다. (금융은) 맨파워가 굉장히 중요한 산업인데 서울이란 도시가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기초적인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하다. 도시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가 안 이뤄진다.

뉴욕, 파리처럼 누구든 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본능적인 도시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적인 금융도시를 만들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외국인이 서울에서 지하철·버스를 탔을 때 불편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서울은 ‘글로벌 존’을 만들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글로벌 센터를 방문하면 신용카드나 운전면허증, 휴대폰 개통 등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겪는 불편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금융도시 건설은 금융뿐 아니라 외국기업이나 외국상사 주재원들이 와서 즐기고 또 오고 싶게 하는 도시를 만들었을 때 경제효과, 고용 창출이나 기업유치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정책이 금융도시 건설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으로 서울시가 정부와 새롭게 정립해야 할 관계가 있는지, 그로 인해 서울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부문을 꼽는다면.

▲이제 시작이다. 기대되는 부문은 있다. 과거 같으면 여당 정부와 야당 시장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좋은 사업 아이템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장기전세주택이나 민원시스템 변화 등 좋은 시책은 확산시키고 실질적으로 확산이 돼야 상승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업도 있다. 장기전세주택 정책의 경우 서울시만 하기에는 참 아깝다. 빈 땅이 많지 않아서 한계도 있고 아무리 해봐야 제 임기 중에 2만5000가구 공급에 그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를 들자면 경기도 정도에 이 정책을 확산시켜 주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건의하겠다. 신정부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신정부에 부담은 없나.

▲솔직히 부담도 있다. 생각이 좀 다를 때가 있을 경우 끊임없이 협의하고 타협하고 논의를 해서 절충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과거보다는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 반면 서울시로서는 족쇄처럼, 옛날에는 마음에 안 들면 막 치고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좀 힘들어져서….(웃음)

―시점이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아무래도 서울시장으로서의 위치나 오 시장 개인적인 비중 면에서 차기 대권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다. 제가 벌여놓은 일은 마무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인사시스템만 해도 그렇다. 이제 정착단계에 올랐는데 이게 한 5년, 10년 가야 저항할 수 없는 변화의 추세로 자리 잡는다.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또 서울시청 신청사만 하더라도 제 임기 이후에 완성 된다. 대부분 사업이 다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공직관을 간략히 피력한다면.

▲국회의원 공천과정을 보면 서로 국회의원 되기 위해 사생결단들을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 자체,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무슨 자리에 간다는 데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추해지기 십상이다. 저는 지금 굉장히 즐겁게 일을 하고 있고 피드백으로 오는 결과물을 갖고 보람을 느낀다.
쉽게 표현하자면 서울시정을 펼쳐나가는 데 정말 큰 흥미를 갖고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뛰고 무엇보다 보람을 갖는다. 특히 앞으로 서울시가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정책들이 신 정부에 의해 많이 벤치마킹되고 확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 누가 봐도 좋은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결코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리=dikim@fnnews.com김두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