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의 후폭풍 월가 휩쓰나.
월가에서 ‘제2의 베어스턴스는 어디인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CNN머니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뒤 경쟁업체인 JP모건에 흡수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투자은행들의 실적에 극심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베어스턴스는 이날 2억3600만달러, 주당 2달러라는 헐값에 JP모건에 팔리기로 결정됐다.
CNN머니는 이 때문에 베어스턴스와 마찬가지로 곧 실적 발표에 나서게 될 골드만삭스, 리먼 브러더스, 모건스탠리 등 3개 투자은행이 어떤 실적을 공개하게 될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부 낙관론자들의 기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질 만큼 신용위기는 골이 깊어져만 가고 있고 올 들어서는 금융부문 거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CNN머니는 투자자들이 이제 학자금대출, 지방정부 채권, 상업부동산, 나아가 연방정부가 주주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를 담보로 한 채권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등 이미 나락에 빠진 베어스턴스를 제외한 4개 월가 투자은행들의 앞날을 특히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사모펀드 자금줄 역할을 했던 차입대출 거래 격감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은 그동안 이들 투자은행들에 짭짤한 수수료 이득을 안겨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신용위기가 확산되면서 시장에 이 같은 수요가 씨가 마름에 따라 커다란 수익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M&A, IPO 주간사 역할을 하면서 이들 투자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게 되면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대손상각에 나서게 되더라도 그 손실을 상쇄시킬 정도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그 같은 완충제를 찾을 수 없게 됐다.
헤지펀드인 시클리프 캐피털의 제임스 엘먼 사장은 “사모펀드가 활용하는 차입대출은 지난 수개월간 급격히 위축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용위기가 전 금융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리먼 브러더스와 골드만 삭스는 모기지 위기를 벗어난 것으로 보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이들 투자은행의 헤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이들의 헤지는 더 이상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RCM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애덤 콤튼은 “지난해 하반기 대손상각 규모가 비교적 낮은 수준인 15억달러에 그쳤던 골드만삭스지만 전 부문으로 확산되는 신용위기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에서는 양호한 신용배경을 지닌 프라임 대출자들마저 잇따라 부도를 내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은행들은 더 많은 대손상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손상각 규모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며 “서브프라임뿐만 아니라 프라임 대출자들에게까지 부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투자은행의 실적기대치를 급격히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비켜간 것으로 평가받았던 골드만삭스는 올 초 애널리스트들로부터 1·4분기 주당 5.64달러의 순익을 거둘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이 같은 평균 기대치는 2.59달러로 반토막났다.
JP모건으로 합병이 결정된 베어스턴스는 주당 순익 기대치가 연초 2.06달러에서 이제는 90센트로 급감한 상태고 리먼 브러더스 역시 1.62달러에서 72센트로 뚝 떨어졌다. 모건스탠리 주당 순익 역시 1.61달러에서 1.03달러로 기대치가 낮아졌다.
세계 최대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주간사인 리먼 브러더스는 실적 악화를 예상하면서 이미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리먼 브러더스는 연초 발표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인 전체 인원의 5%, 약 1400명을 추가로 감원한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
■사진설명=미국의 신용 위기가 85년 역사의 미국 5위 증권회사 베어스턴스를 침몰시켰다. JP모건체이스는 17일(현지시간) 시가총액이 40억달러에 달하던 베어스턴스를 불과 2억4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는 베어스턴스의 맨해튼 본사건물 가치 12억달러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베어스턴스본사 건물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