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에너지자원 외교 강화 할 때/김보영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7 17:33

수정 2014.11.07 10:39

“3월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5달러 오른 배럴당 104.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처음 104달러를 넘어선 것이며 장중에는 배럴당 104.64달러까지도 치솟았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1980년 ‘오일 쇼크’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일 신문 지상을 장식한 뉴스다. 그러던 것이 17일에는 111.42달러까지 치솟으며 미국 골드만 삭스는 올해 안에 배럴당 200달러에 달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의 상한가가 어딘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고유가 지속의 원인은 전반적으로는 중국, 인도를 비롯한 고성장국가들의 지속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두고 있지만 동시에 공급 측면에서 불안정성에 가장 큰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가스의 경우를 보면 최근 설비 건설에 필요한 니켈, 철강 등 자원개발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 및 제반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단위당 가스전 개발비가 2003년을 최저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달러화의 약세로 인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기존 수익을 계속 유지하려는 욕심(?)과 국제 투기금융자본의 의기투합으로 말미암아 3중고가 겹쳐 지각 변동이 한 시점에 동시에 일어나면 결국에는 ‘에너지위기 쓰나미’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고유가 상황은 자주개발률을 증진시키기 위해 석유 가스전을 매입하고 지분 참여하려는 전략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계속 유가가 오른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정책이 탄력을 받겠지만 만약 지금이 유가 최고점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정책판단의 어려움이 있다. 지금이 고유가 시기의 정점인지 아니면 계속 고유가 행진이 이어질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6% 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월등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자주개발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유가시 유가 상승에 대한 경제 위험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반면에 만약 자주개발을 증진시킨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세로 떨어진다면 반대로 유전 개발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석유가스의 도입가격이 높아서 에너지사용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석유 가스 물량 자체를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른바 에너지 안보의 위기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인도와 여러 차례 에너지 자원 확보 전쟁을 치른 중국은 전략적으로 국내산 에너지와 수입 에너지원의 적절한 배분 차원에서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는 석탄의 경우 이미 중국의 영향으로 당분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 전망되고 있으며 향후 석유와 가스도 크게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시다시피 에너지 자원은 특수한 상품으로서 단순히 경제논리 만으로 확보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서 원하는 석유 가스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에너지 자원은 이미 전략적 상품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 자원외교가 절실한 때이다.


에너지 자원 외교 강화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이에 걸 맞은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국가간 각축장으로 변하였으며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이나 인도는 에너지 확보를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관련 기업을 뒷받침해 준 지가 오래됐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상외교 등을 통하여 적극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그들과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덩치가 너무도 작다. 그러므로 세계 오일 메이저들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경쟁 상대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에너지자원 외교의 총력을 펼치려는 정부정책의 과실을 얻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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