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네자리수 항공·정유·철강 ‘비상경영’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7 18:55

수정 2014.11.07 10:38


‘환율 내려도 걱정, 올라도 걱정.’

원·달러 환율이 2년2개월 만에 1000원을 돌파해 네자리시대를 열면서 산업계가 향후 환율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함에 따라 항공, 정유, 철강 등 외화 부채가 많거나 원료 구매를 수입에 의존하는 업종은 수익성에 타격이 우려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항공업계는 고유가와 더불어 환율 상승으로 이중 고통을 받고 있다.올해 환율을 920원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수립한 대한항공은 10원이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1000원이 되면 1760억원의 손실이 나 영업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원·달러 환율을 910원으로 세운 아시아나 항공도 10원 오를 때마다 15억원의 적자가 발생,1000원이 되면 135억원의 영업 부담이 생기면서 항공업계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정유사들은 환율이 올라 원유수입 비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수입비용을 결제하는데 소요되는 금융비용 역시 늘어나 ‘2중부담’을 겪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 도입계약 3개월 이후에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해외결제는 은행이 대납하게 되고, 이후 정제과정을 거친 석유제품을 대리점에 판매해 대금을 받는 시점인 60∼90일 후에 은행에 결제를 하는 유전스방식을 사용되고 있다. 즉 지난해 10월 계약한 원유물량에 대한 대금을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 결제하고 있는 셈이다. 6개월 전의 환율을 기초로 계약한 물량을 현재 급등한 환율을 적용해 결제하다 보니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정유업계는 수출확장과 환헤지를 통해 환율 급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목소리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석유제품의 가격이 엇비슷해 수출확장에 한계가 있고 최근의 환율급등장세 속에서는 환헤지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시설투자 등을 위해 해외채권도 발행하는 정유사들은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평가액이 커져 평가손이 발생한다. 철강업계도 원자재를 주로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상승이 반갑지 않다. 포스코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수입 물량 결제에 사용하는 ‘내추럴헤지’를 하고 있어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풍산처럼 원자재인 전기동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업체들도 환율에 민감하다. 풍산의 경우, 전기동 가격이 지난해 평균 t당 7126달러에서 올해 861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원자재 도입부담도 상승폭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국내공장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연초 사업계획상 기준 환율을 900원으로 잡은 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액이 20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전자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유리하지만 최근 엔화가치 상승은 부담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시에는 수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장비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새로운 장비 도입시 엔화가치 상승이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3000억원, LG전자는 7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도 대체로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LG화학은 원료수입대비 순외화매출 규모가 커서 환율 10원 상승시 약 175억원 수익개선 효과가 예상돼 원화절하시 수혜폭이 화학업체중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 금호석유화학, 동양제철화학 등은 순외화 매출 규모가 커서 외화부채에도 불구하고 세전이익 기준으로 환율 10원당 40억원 내외의 플러스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고유가에 따른 기초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섬유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전반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섬유업계는 고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 원재료를 수입할 때는 환율부담이 크지만 원재료를 가동해 수출할 때는 환율의 덕을 더 많이 보는 편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최근 환율변동이 오히려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원재료는 수입할 때는 다소 불리하지만 가공품을 수출할 때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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