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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환율상승 빠르다” 구두개입

17일 외환시장이 열린 지 35초 후인 오전 9시35초에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000원을 넘어섰다. 37분이 지난 후 1010원을 돌파했다. 1020원을 넘어선 것은 1010원을 넘어선 지 1시간4분이 지난 오전 10시41분이었다. 오후 3시 마감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31.90원 오른 1029.20원이었다.

이날 환율 상승 폭은 98년 6월 7일 67.00원 오른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장중 최고 1032.00원까지 올랐다.

환율 상승세는 오후 들어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환율 상승 속도가 다소 빠른 감이 있다”며 2002년 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하자 간신히 1030원 아래에서 마감했다.

일본 엔화 대비 원화환율도 지난 주말 대비 66.30원 급등하면서 3년5개월 만에 1061.60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화의 초약세를 의미하는 네자릿수 환율 시대가 본격화됐다.

1000원선이 단숨에 뚫릴 정도로 속도도 가파르다. 가파른 상승세만큼 외환,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커 가히 ‘패닉(공황)’상태를 초래했다.

이날 환율 급등은 미국 베어스턴스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유동성 공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달러 매수세밖에 없다”며 “1050선도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패닉은 선물환 계약을 체결한 해외펀드 투자가와 조선·중공업 업체, 엔화 대출자 등에서 본격화됐다. 환율 급등으로 해외 펀드 투자가들은 선물환 상승분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조선업체들 역시 지난해 수주 호황 속에서 대거 선물환을 체결한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을 둔 부모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똑같은 달러를 송금하더라도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경색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외국인의 달러 수요가 강해지면서 코스피지수도 외국인 매도로 지난 주말 대비 25.82포인트 하락한 1574.44로 마감했고 채권값도 덩달아 급락했다.

금융시장이 패닉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경제, 즉 실물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와 기업경영 등이 동시에 충격을 받으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형 악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동반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은이 지난 2월 집계한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에 이어 20% 이상을 기록했다. 경제 전반으로 ‘고유가·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내수 위축→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동순 금융감독원 국장은 “환율 급등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미국 금융, 실물시장 등 외부 불안이 가시지 않는 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