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FRB, 이번엔 금융위기 소방수역할 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8 13:09

수정 2014.11.07 10:3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부동산 경기 하강에서 비롯된 이번 금융위기, 이에따른 경기침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공격적인 정책 처방을 통해 기준금리를 크게 낮추고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FRB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거듭된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실제로 자금을 융통할 때 내야 하는 금리는 도리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FRB의 통화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930년대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하면서 잇따라 획기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도 바로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문제들이 중첩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AP는 FRB가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이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신용 경색 역시 극심하며 월가가 요동치면서 미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문제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FRB를 포함해 어떤 정책담당자들도 그 연결고리를 끊기 힘들 만큼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FRB가 극도의 긴장상태에 있다”며 “아마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대공황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베튠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대 이슈는 점점 깊어만 가는 경기침체와의 싸움”이라며 “불길이 또 다른 층으로 번지면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현 경기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지난주말 터진 베어스턴스 사태는 이같은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투자은행 가운데 한 곳인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FRB가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이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베어스턴스는 이틀 뒤인 16일 경쟁업체인 JP모건에 헐값에 팔렸다.

베어스턴스 위기는 일파만파 충격파를 몰고와 제2의 베어스턴스가 누가 될 지 시장이 노심초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지난해 12월 금리 경매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간부 경매 제도(TAF)’, 지난 11일 현금이 아닌 국채를 경매방식으로 빌려주는 ‘기간부 증권대여 제도(TSLF)’ 등 잇따라 획기적인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고 있는 버냉키 의장은 16일에도 사상최초로 상업은행에 대여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통해 대형 투자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AP는 잇단 독특한 유동성 공급방식 도입으로 FRB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광범위한 유동성 공급상황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AP는 FRB가 지난주말 잇따라 내놓은 유동성 공급 장치들이 유사시 대형 투자은행들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대형 투자은행은 금융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문을 닫거나 위기에 몰리게 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 상업은행 등을 포함해 금융시스템 상당수 참가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이 휘청거릴 경우 이같은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공황’ 연구를 통해 이같은 상황에서 어떤 정책처방이 제시돼야 하는지 탄탄한 이론적 틀을 갖고 있는 버냉키 FRB 의장이 앞으로 또 어떤 처방들을 내놓을지, 이를 통해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