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총선에서 재건축·재개발 효과가 선거판도를 흔들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서울·경기 지역에서 불어온 재건축·재개발 바람에 ‘토착민 이주’와 ‘외지인 신규 유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표심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18일 정치권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7대 총선과 확연히 달라진 지역 주민 구성에 총선 주자들은 표심의 향배를 놓고 이해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서울 동작을이다. 이 곳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으로 한나라당 ‘조커후보’로 긴급 투입된 정몽준 최고위원과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대선후보간 ‘빅매치’ 성사로 전국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상도1동, 상도5동, 흑석동, 동작동, 사당동 등을 포함하는 동작을은 흑석·노량진 뉴타운 및 대규모 재개발 수요로 원주민들의 이주와 철거작업이 2∼3년전부터 최근까지 계속 이뤄지면서 ‘토착색’이 많이 엷어졌다. 17대 총선이 끝난 지난 2004년 4월 이후 2653가구나 새롭게 입주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감안하면 무려 5000표가 넘는다.
물론 재건축·재개발로 떠난 원주민이 다시 입주할 수 있겠지만 원주민 정착률이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표심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1656가구나 되는 상도동 삼성래미안 상도3차는 지난 2004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해 이번 18대 총선부터 본격 표심이 반영된다.
이 같은 주민 이동 결과 지난 15일 조선일보-SBS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이 곳에서 정동영 후보(37.4%)가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49.3%)에 10%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실세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맞붙는 ‘은평을’ 역시 서울 강북지역의 대단위 신흥 주거단지로 떠오른 ‘은평뉴타운’ 개발지역. 현지 토착주민들의 이주가 2006년부터 시작되면서 이미 ‘텃밭표’가 대거 이사했다. 실제로 이 지역의 경우 지난해부터 불광동 북한산 래미안과 은평뉴타운에서 모두 6314가구가 분양됐다. 원주민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분양 가구 수보다 훨씬 많은 원주민들이 ‘은평을’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이 지역 터줏대감으로 내리 3선을 기록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수밖에 없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가 6%포인트 근소하게 앞선 이유다.
송파신도시라는 대규모 개발호재가 있는 ‘송파병’도 17대 총선직후 2004년 9월 입주한 문정래미안 1696가구의 표심이 이번 18대 총선에서 반영될 전망이다. 문정래미안은 30평형이 8∼9억대를 기록하면서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인근 거여·마천지역도 ‘송파 신도시’에 포함돼 큰 폭으로 가격이 올라 원주민이 떠나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상태다.
때문에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현상이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다.
이밖에 ‘야당 중진-여당 신인’대결구도가 설정된 ‘강서갑’의 구상찬(한)-신기남(민)은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돼 이미 입주를 끝낸 화곡주공단지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도 2004년 6월 첫 입주 후 이번 총선에서 첫 표심을 발휘할 ‘화성’ 동탄신도시와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인 ‘부천소사’ 뉴타운 개발계획, 신흥 투자처로 각광받는 광교신도시가 조성되는 수원 팔달·영통 등지에서도 표심이 엇갈릴 전망이다. /haeneni@fnnews.com정인홍 전용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