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의 18일 업무보고는 유통혁신과 식품산업 육성을 통해 ‘돈 버는 농어업’ ‘잘사는 농어촌’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농촌은 다 죽게 돼도 공직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농촌이 어려울 때 공직자들이 새로운 각오를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농림식품부는 유통혁신을 위해 시·군 단위로 자본금 100억원,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유통회사를 설립, 지역 생산물의 3분의 1 이상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감굴류 생산자협회인 ‘선키스트’나 정운천 장관이 주도한 ‘참다래유통사업단’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정부는 전담 지원팀을 두고 쌀, 한우, 돼지, 사과, 감귤, 넙치 등 현재 생산 규모가 3000억원이 넘는 품목에서 대표조직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대형 유통회사는 생산, 가공, 유통, 연구시설 등이 결집된 ‘농업 콤플렉스(complex)로 농수산물의 수출과 2, 3차 산업으로의 농어업 확장을 주도하게 된다. 재원은 농식품 기업과 농어업인의 공동 출자나 펀드 등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마련되며 정부는 300∼500㏊ 규모의 간척지와 시설자금 등을 빌려준다.
정부는 이 같은 유통회사를 운영할 전문 농어업 경영인도 육성키로 했다. 내년까지 다른 분야 임원급 출신 100명을 선발, 국내외 선진 농수산 현장 방문 등이 포함된 ‘최고경영자 경영학 석사 과정(CEO MBA)’ 교육을 통해 농어업 전문 인재 풀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30∼40대의 귀향을 유도하기 위해 주거 및 자녀교육 여건도 조성키로 했다.
하지만 농협 등 현재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존 조직과 이해 상충 문제, 자발적 설립 및 재원 확충의 현실성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 가락시장에 가보면 900원짜리 배추 한 포기가 3000원, 5000원한다. 농민은 원가도 안 되게 팔고 수요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배추를 사먹어야 한다”면서 “2배 값을 줘도 바로 전달되면 농민이나 수요자 모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말로만 유통구조 개선을 말하는데 알기는 많이 안다. 모르는 게 없다”면서 “그러나 실천에 옮겨지지 않기에 농촌이 개선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농촌에 100조원 가까운 예산을 넣었지만 빚은 늘고 젊은이는 떠나는 희망없는 땅으로 남았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고 하는데 반대할 수 없는 세계적 조류 앞에 있는 만큼 반대만 하지 말고 논의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김완주 전북지사가 새만금 사업을 소개하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전북 도민들은 전북이 매우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새만금이라는 희망의 땅이 있다”면서 “지금은 어렵지만 희망의 땅이 될 수 있는 지역에 와서 업무를 논의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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