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석유공사 ‘민간 기업과 M&A후 민영화’ 부상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8 17:46

수정 2014.11.07 10:32



해외 에너지 개발을 선도하는 ‘국가대표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한국석유공사를 ‘국가대표급’으로 키우는 방안이 3년 5개월 만에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한국석유공사의 몸집이 지금보다 5배는 돼야 한다”고 질타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산에 대한 부담없이 석유공사를 대형화할 수 있는 묘책을 짜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한 간부는 “관련 실무자들을 지켜보면 ‘이름만 산업자원부였지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이명박 대통령)는 지적을 다시는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대형화 방안은 지난 2004년 10월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시절 논의가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공염불’로 끝난 전례가 있어 미심쩍어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식경제부가 ‘끌고’

정부는 아직까지 석유공사의 대형화 방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의례적인 말만 할 뿐이다.

이재훈 지경부 제2차관도 18일 가진 브리핑에서 “(석유공사 대형화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이 있는데 아직 착수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해답을 요구하는 촉박한 상황일지라도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여론의 ‘몰매’를 맞기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정부가 대규모 출자를 단행하는 것이 첫 번째다. 현재 석유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10조원이지만 납입된 자본금은 4조68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올해 석유공사 출자를 위해 배정한 예산은 이에 턱없이 모자란 3600억원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셈이다.

따라서 이 예산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족한 자본금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추가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특별회계 증액 △에너지 유관기관들의 출자 △한국투자공사(KIC)나 군인연금의 투자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기대된다. 현재 석유메이저로 불리는 엑손모빌(미국)이나 로열더치셸(네덜란드), BP(영국), 토탈(프랑스), 셰브론 텍사코 등도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때문에 민간기업과 결합해 운영하거나 덩치를 어느 정도 키운 뒤 공사를 아예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개발부문을 석유공사에 통합시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두 공사가 지금처럼 별개로 해외 개발에 나서는 것보다는 힘을 합치는 것이 유리해서다.

■석유공사는 ‘밀고’

석유공사는 환영하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사의 규모와 위상이 커지는 것은 반갑지만 이를 이루려면 여러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많은 나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원전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같은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공사는 최근까지 추진해온 자금 조달 방안을 더욱 강화하고 인력과 기술력 등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돈이 없어 자원개발에 실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자금 조달 통로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필요하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비롯해 사업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기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 등의 방식도 동원할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 메이저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자금, 인력, 기술 등 3가지가 필요하다”면서 “이 모두를 하루 아침에 이루기는 힘들지만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빅5’ 기업 된다

정부 계획대로 석유공사의 대형화가 성공한다면 이르면 10년 안에 공사의 하루 석유생산 규모는 현 5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10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석유공사 3단계 발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공사를 오는 2016년까지 하루 45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 시한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공사의 순위는 현재 세계 98위(미국의 석유산업 주간정보지 PIW 기준)에서 44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아시아 빅5’ 석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아시아권(중동 제외)에서 44위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기업은 중국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7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22위), 인도의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27위), 중국의 시노펙(30위) 등 4곳 뿐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2015년까지 영업이익 2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50위권 석유회사가 되겠다는 공사의 목표인 ‘챌린지 20-50’도 앞당겨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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