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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일단 “휴”..태풍의 눈속 불안감 여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일 만에 하락하면서 외환시장과 증시, 채권시장도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18일 금융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5.2원 내린 1014.0원, 코스피지수는 14.31포인트 상승한 1588.75, 지표물인 5년 만기 채권금리도 0.20%포인트 하락한 연 5.16%를 기록했다.

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주가도 올랐으며 채권값은 상승해 트리플 약세를 연출했던 ‘블랙먼데이’를 벗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정에도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멈췄다는 전망은 드물며 주식시장 또한 당분간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더구나 국제금융시장도 베어스턴스에 이은 제 2, 3의 부실금융기관이 어디냐가 화두일 정도로 불안하다.

■시장 개입, 지속성 장담 못해

이날 환율이 다소나마 안정세를 돌아선 것은 전날 한은에 이어 기획재정부도 구두개입의사를 밝혔고 청와대에서 열린 거시경제정책협의회에서도 똑같은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한은이 1030원에 방어막을 치고 역외시장에서 환율상승을 저지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개입에도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6% 내외 성장과 경상수지 적자폭 감소라는 큰 정책목표를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환율이 50원 정도 하락해야 추세가 바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오늘 정도의 하락세로서는 여전히 달러 수요 우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개입이 어렵다는 것도 환율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환당국은 환율 타깃을 정해 달러를 풀어 상승세를 잡는 극단적인 정책은 쓰지 않는다”며 “환율의 급등을 막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개입)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를 넘어서지만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실탄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유동외채, 즉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외부채는 외환보유액의 74.0%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은 유동외채보다 683억달러 많은데 불과해 달러를 매각해 환율을 계속 막는 것은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

■증시, 곧바로 안정 ‘힘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의 급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여진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곧바로 안정세를 되찾기 힘들다는 것.

이날 증시전문가들은 오는 4월 중순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550선을 기점으로 대외변수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증시 최대변수는 18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리먼브FJ더스와 골드만삭스의 실적발표와 이날 밤부터 시작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금융회사 실적 가운데 ‘군계일학’이었던 골드만삭스의 실적과 ‘제2의 베어스턴스’로 불리는 리먼브FJ더스 실적이 예상치보다도 밑돌 경우 증시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FOMC의 금리인하를 비롯해 신용경색 위기에 대한 대처방안도 증시에 피할 수 없는 변수다.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급등락하는 장세가 당장 안정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인하가 오히려 달러약세와 인플레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센터장은 4월 중순께부터 한국 증시가 변곡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2·4분기부터 중국 경기의 회복이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도 4월께 최악을 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여전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월가에서는 베어스턴스에 이어 다른 금융기관의 몰락 우려가 커지면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위험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평가받는 리먼브러더스 등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날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지만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린다고 발표했고 마켓워치는 월가가 ‘제2의 베어스턴스’로 리먼브러더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뉴욕증시에서는 금융주가 급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유럽 증시는 이날 미국의 베어스턴스 사태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 등에 따른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 우려로 급락세를 보여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아울러 국제유가 및 상품가도 미 FRB가 금리를 1%포인트나 대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최저치로 추락하자 사상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으나 금융시장 혼란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급락했다.

미국 경제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2월 중 광공업을 포함한 산업생산은 0.5% 줄어 지난해 10월의 0.6%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마이너스 22.2를 기록,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 당 95.75엔까지 가치가 떨어지면서 1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 당 1.5903달러까지 추락,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달러화는 스위스프랑에 대해 달러 당 0.9631스위스프랑까지 속락하면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김규성 박승덕기자